새해 첫 출근 후 저녁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뉴스 검색을 하다가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배구단의 권순찬 감독이 잘렸다는 뉴스를 봤다. 한 순간 내가 뭘 잘못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황당했다. 이 배구단 구단주라는 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프로배구단은 기업이니 당연히 오너가 있으며 오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장이건, 감독이건, 선수건 계약을 해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오너가 살짝 돌아버려 무슨 허공에 공갈포 갈기듯 돈지랄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프로배구단이 존재하고 그것을 기업이 운영하는 이유, 근본적인 전제는 바로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갓연경, 바로 그 김연경을 영입하고 지난 시즌 타팀에서 뛰었던 괜찮은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하여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으며 리그 1위 현대건설팀이 주포 야스민 선수의 부상과 장기결장이 예상되어 리그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왔는데 이 와중에 구단 단장과 감독을 갈아 치운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대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이며 그 방향은 누가 가리키고 있길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의 단장과 감독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싹 갈아치운단 말인가?
뉴스는 구단주라는 자의 입을 빌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 운운하지만 내 눈에는 팬 그 까이 꺼 안중에도 없고, 내 구단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지랄이냐는 오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세계 배구계의 메시, 당대에 둘도 없을 갓연경, 김연경의 팬이지만 그보다는 이 나라 여자프로배구의 팬이고 싶은 1인의 눈에는 근년 흥국생명이라는 그 잘난 구단의 행보를 돌이켜보건데, “흥국이 흥국했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배구판까지 왜이리 흉흉한지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