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
지난 토요일에 인천 소래포구 쪽으로 자전거 타고 놀러 갔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천의 글을 읽은 인천 도림동 가리비칼국수라는 상호를 가진 칼국수집에 칼국수 사먹으러 갔다. 여길 찾아가며 내심 걱정이었던 것은 블로그 추천글 등을 통해본 바 4인 테이블 설치된 가스불 위에 칼국수 냄비를 얹어 음식을 차려내는 시스템으로 보여 애써 찾아갔다가 기본 2인 이상 주문 또는 혼밥 사절 소리를 들을까봐 였다. 자전거 타고 여러번 지도 검색을 해가며 혼자 찾아간 가리비칼국수집, 토요일 점심시간에 대기손님까지 제법 보였지만 혼밥 손님이었던 나는 4인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가리비칼국수 1인분 잘 시켜먹고 기분 좋은 포만감까지 느끼며 돌아왔다.
이 집 가리비칼국수집의 음식맛은, 내가 차려내온 보리밥 한 공기에 초고치장 쳐서 갓 담은 김치를 얹어 삭삭 비벼 맛나게 먹었다는 사실관계 서술과 이어 나온 가리비와 동죽으로 보이는 큰 조개 몇 개,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냄비가 보글보글 끓어가는 위 못 찍은 사진 몇 장으로 갈음한다. 더 이상 이 집 가리비칼국수가 어떤 맛인지 부언할 필요는 없겠다. 혼밥 손님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음식점, 단체손님 절대 제대로 먹여내지 못한다는 것이 음알못이면서도 식객을 자처하며 혼밥 하러 다니는 내 지론이다. 장사 잘 되는 칼국수집 테이블 돌아가는 회전속도는 혼밥 잘 시켜먹은 손님이 유인할 단체손님의 숫자로 퉁 칠 수 있다는 것 역시 요즘 음식점 추천 글을 많이 찾아 읽으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2.
얼마전 가끔 혼밥 하러 들리던 음식점 두 곳에서 더 이상 혼밥 손님을 받지 않는다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인구감소를 두고 인구절벽이라고 하고 2021년 기준 1인 가구비율이 40%가 넘는다는데 오히려 혼밥 손님 안 받는다는 음식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와중에 음식점들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자영업자 다 죽는다 난리다. 혼밥 손님의 경우 두 명 이상 일행인 손님들에 비해 원가가 높아 업소 마진이 줄 것이라 혼밥 손님을 꺼려하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혼밥 손님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서 장사 안되다는 드립만 칠 게 아니라 혼밥 손님에게 내놓는 원가를 어찌 절감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텐데 그보다는 혼밥 손님 사절이라면서 대체 장사 안 된다는 소리는 무슨 개소리일까? 혼밥이 늘어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우리나라 음식점 테이블은 거의 대부분 요지부동 4인석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와중에도 잘 되는 집은 잘 되는 이유가 다 있다는 것이 못 찍은 가리비칼국수 사진을 앞에 두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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