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013 HUP

 

"아빠 힘내세요. 오늘도 일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늘 건강하세요"

 

한때 아빠도 어린이집 재롱잔치를 보려고 반휴 내고 꼭 참석하던 그런 아빠였지. 아직 말도 제대로 깨치지 못한 너희들이 부르던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들으며 안 그래도 뻣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 시절 아빠는 대신 콧잔등이 시큰했단다.

세월 무섭게도 빠르게 흘러서 기말고사를 앞둔 고단한 너희들은 이제 아빠 힘내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구나. 얘들아 내신성적 잘 나오게 힘내라는 노래는 힘에 부치는 아빠가 불러야 할 판이다. 연말을 코 앞에 둔 아빠는 송년회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요즘 송년회는 아웃빽(Outback)에서 립(rib)을 뜯고는 1차로 마무리다. 돼지갈비는 감자탕집으로 가야지 아웃빽이 왠말이냐, 오지(Aussie)들이 언제 돼지갈비 뜯더냐. 그래도 그런 송년회가 편하고 좋으면서도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서 못내 아쉬운 아빠는 마트에 들려 술 매장을 서성거리다가 ‘아빠 힘내세요’라는 상표가 붙은 일본산 팩 청주를 하나 집어 들었다.

술로 힘이 날까 만은 일 하느라 늘 건강해야 하는 이 아빠는, 술 없이 고단한 세상과 세월을 견디기도 쉽지 않은 이 아빠는 그래도 힘을 내고 싶다. 늦은 밤 서재에 홀로 앉아 간바레토짱, 간바레오또상, “아빠 힘내세요”라는 싸구려 사케를 마시면서 어떻게든 힘을 내고 싶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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