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설눈

2022. 6.

 

우리는 냉면을 6.25 피난민들이 남쪽에 들여온 북한 음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6.25라는 게 70년도 훨씬 더 된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오늘날 북한 사람들은 여전히 70년 전 냉면 맛을 고수하면서 그 맛을 즐기고 있을까? 또 오늘날 북한의 냉면은 서울에서 전통을 고수하며 말아낸다는 평양식, 함흥식 냉면과는 어떻게 다른가? 그 단편을 엿볼 수 있는 음식점을 발견하여 그 집에서 음식 몇 가지 시켜 먹어본 소감을 몇 자 글로 남긴다.

음식점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가까운 『설눈』이라는 상호를 가진 음식점으로 블로그를 검색해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평양고려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분이 탈북인지 월남인지 귀순인지 하여간 우리나라로 들어와 차려낸 음식점이라 하며 그래서 여기서 내는 냉면은 평양냉면이 아니라 고려냉면이라고 한다. 녹두전, 돼지수육, 만두, 냉면 순으로 지평막걸리를 곁들여 맛보았는데 간략히 음식 맛을 표현하자면 차분한 맛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만화가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집이라는 글이 여럿 눈에 들었고 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맛보고 남긴 후기들이 수백 건 검색되는데 전부 호평이었다. 이 후한 평들 때문인지 규모가 작은 업장은 아닌데도 저녁 제법 이른 시간에 거의 만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대기를 타는 손님들도 보였으나 기본이 밥집이라 회전은 빠른 듯 했다.

점심시간에는 북새통이라 주문을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하더라는 후기도 봤는데 업주 문제라기보다 인력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방송출연으로 인기를 얻은 어느 유명 요리사가 사람 쓰기 어려워서 잘되는 본인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 하는 기사를 봤다. 쓰는 사람은 쓰는 사람대로 어렵고 쓰임을 당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대로 어려운 사회, 냉면 사진 앞에 놓고 이래저래 세상사 수상하고 어지럽다는 생각을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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