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9.

 

여름휴가 중 부산에 가서 늙으신 어머니 뵈었고 어머니를 돌보는 누나와 함께 2년 만에 외식을 했다. 장소는 그전 마지막 외식을 함께 했던 음식점, 해운대 동쪽 청사포에 위치한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각종 생선 구이 등을 전문으로 내는 향유재였다.

 

지난 겨울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입원까지 하셨던 어머니는 원래 소식하는 분이시라 많이 드시지 못하리라 싶어 한 사람 분을 뺀 4인분만 시키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강경하게 1인1식 주문을 고집하는 통에 고등어조림 3인분에 청국장, 돌솥비빔밥으로 5인분을 맞추었다. 금요일,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업장은 만원이었고 종업원들은 주문을 치러내기 바빠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야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내 생각과 달리 어머니는 고등어조림과 청국장, 밑반찬으로 나온 연뿌리 무침 등을 맛나게 잘 드셨고 함께한 누나와 우리 가족도 모두 맛있게 식사 마무리했다. 식사 후 누나는 지난번에 찾았을 때보다 음식값이 크게 올랐다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 소리를 듣고 혼자 생각하니 무엇보다 어머니가 맛있게 잘 드셨을 뿐 더러 서울서 이만한 퀄리티의 식사를 이 식대로 해결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내가 지불한 식대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청사포 향유재에서 그렇게 외식을 마무리한 후 여름에 부산까지 왔는데, 운전대를 잡은 누나에게 잠시 바다 구경을 부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차창 밖은 한 여름 뙤약볕 아래라 바다는 추석에나 보자 하며 부산행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요즘 음식점에서 차림표 밑에 “1인1식”을 시켜야 한다는 안내글을 붙여놓은 장면을 자주 본다. 위 소개한 향유재를 예로 들자면 메인 디시 외 심지어 맛나기까지 한 반찬으로 김치와 연뿌리무침, 깻잎무침, 모자반무침, 김치전 등이 나왔고 거기다 요즘 금추라는 상추를 무제한 리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식객 입장에서는 거기 공기밥 하나만 추가한다면 꽤 훌륭한 식사가 될 터이니 일행이 다수라면 1인분 덜 시키겠다는 강한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겠다.

 

나는 이것이 업주 입장에서는 공짜가 아닌, 그럼에도 공짜로 낼 수밖에 없는 우리 반찬문화 때문이라 생각한다. 방송이나 SNS에 차고 넘치는 반찬 푸짐한 집 추천이 그 반증이라 하겠다. 그래서 나는 음식점 반찬도 별도 가격을 받는 방식을 찬성하며, 음식점에서 반찬값을 따로 받으면 불필요한 음식 낭비, 언제나 께름칙한 재활용과 관련된 사회적 잡음 그리고 1인1식을 놓고 업소와 고객 간에 벌어지는 결코 유쾌하지 않을 실갱이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방식이 정착되려면 업소에서 먼저 메인 디시에 얹혀 있는 반찬 부분의 원가를 빼서 음식가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러면 고객 입장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반찬 가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지는 것이라 더없이 합리적인 해법이라 할 것인데, 한편으로 내가 지금 무슨 신통방통한 새 아이디어를 주장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정착이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드니 1인1식을 두고 세상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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