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012 HUP

 

영국 사람들은 말이 많다. 영국에 거주하며 쉼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는 뜻이지 내 경험이 제한적이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혹여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라고 기억하는 분이 있다면 알려 드리고 싶은 것이 있으니 물론 영국에 신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은 촉새의 나라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이 촉새들이 가장 설치는 공간은 바로 기차 객실 안이다. 나로서는 런던까지 장거리 열차 통근은 피로한 일이라 기차 안에서 한 숨 눈을 붙이는 시간은 내게 중요한 잠깐의 휴식 시간인데 내가 슬 눈을 붙일라 치면 어김없이 사방에서 이 촉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해서 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쉼 없이 떠들어대는 통에 잠은커녕 오히려 더한 피로만 남긴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주변 사람 사정에는 아랑곳없이 공공장소인 객실 안에서 떠들어대는 데에는, 특히 객실 안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마구 떠들어대는 데에는 내 관찰의 결과 남녀가 크게 구별이 없고 노소가 따로 구별이 없다. 사람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하는 소리는 이어폰 혹은 헤드폰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 소리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을 테고 이 또한 영국 기차 안에서 쉽게 경험하는 불편함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네 개 마주보는 좌석을 차지한 상황, 게다가 이들의 손에 와인 병이 쥐어진 상황에 이르면 그 객차 안 주변 승객들은 조용한 휴식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 내 어릴 때 그토록 강조되던 공중도덕이니 공공질서라는 말의 간절함을 이 나이에 영국에서 간절하게 느낄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래서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선진 국민, 영국인 머 이런 생각을 아직까지 머리 속에 담고 있는 분들은 그런 생각을 바꾸시기 바란다.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소음을 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공중도덕 수준이 영국 사람들 보다 오히려 우위에 있는 것 같으니까. 혹여 나의 이런 코멘트가 누가 잘 쓰는 말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식의 편협한 인식 때문이 의심하는 분들은 위 사진을 눈 여겨 보시기 바란다. 내가 타고 다니던 런던행 기차 좌석 위에 붙어있던 스티커로 기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마구 지껄이거나 음악 크게 틀리 말라는 주의 표시다. 이 촉새의 나라 원주민들, 영국인들도 나처럼 촉새들 때문에 아주 학을 띠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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