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콘월 세인트 마이클 마운트와 마라지온

St. Michael's Mount and Marazion, Cornwall, UK

2012. 10.

 

 

좋은 사진을 찍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런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는 카메라가 세상에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을 찍어야 할 때와 찍지 말아야 할 때를 안다는 것, 그만큼이다. 폰카로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비결이 그것이다. 물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하여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옛 사진의 고수께서 선수는 연장 탓하는 법이 아니라고 한 말씀 남기셨다고 한다. 이론만 빠샥한 1인의 잡설이니 흘려 들으셔도 그만이다. 선수 축에 들지도 못하는 주제에 연장에 관심만 많아 지금까지 이런저런 카메라를 들이는데 내 형편으로는 제법 돈을 깨먹었다. 그래봐야 그 돈으로 좋은 사진을 살 수는 없었다. 찍지 말아야 할 때라는 것을 모르고 막 사진을 찍어댄 까닭일 것이다.

 

그래도 그 숱한 내 허접 막샷 중에 마음에 오래 남을 사진을 아주 가끔은 건지게 된다. 위 못 찍은 사진들은 지난 가을 영국판 몽생미셜(Mont Saint Michel)인 영국 콘월(Cornwall)의 세인트 마이클 마운트(St Michael's Mount)와 그 건너편 갯마을 마라지온을 찍은 것들이다. 비바람이 거칠게 부는 변덕스러운 날씨, 높은 성의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이라 사진의 이론에서 말하는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할 때 바로 그 순간인데 다른 눈에는 몰라도 내 눈에는 좋은 사진이 나왔다. 영국 콘월의 바닷가 마을, 그 아름다운 풍경을 허접한 내 사진이  천분의 일이라도 재현해냈겠냐만 그래도 이 사진이 남아 그날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좋은 혹은 멋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막 찍어대는 그것이 바로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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