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솔즈버리 평원 스톤헨지

Stonehenge, Wiltshire, UK

2012. 10.

스톤헨지(Stonehenge)는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선사시대 거석 유적으로 런던 서쪽 윌트셔(Wiltshire) 솔즈버리(Salisbury) 북방 너른 평원에 우뚝 솟아있다. 다른 선사시대의 거석 유적과 마찬가지로 왜 선사시대 사람들이 이 거대한 유적을 세웠는지 확실하지 않고 다만 종교적 제의와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방사선동위원소측정법과 같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분석할 때 스톤헨지는 대략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 한다. 그러므로 스톤헨지는 우리 역사와 똑같이 무려 반만 년 전에 이미 영국에 이런 거석 유적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많은 노동력이 존재했고 즉,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또 이 사람들을 집약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발달된 정치 체제가 존재했다는 것을 실증하는, 영국 사람들로서는 매우 자랑스럽고 귀중한 유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 사람들은 아무도 이 자랑스러운 스톤헨지를 우리 조상들이 건설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영국 사람들은 6세기 이후 오늘날 지명으로 덴마크 남부와 독일 북부 지역에서 배를 타고 북해(North Sea)를 건너 영국 섬으로 건너온 앵글로색슨족(Anglo-Saxons)을 그들의 조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국을 덴마크와 독일 사람들이 세웠다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영국인 선조들이 영국 섬으로 건너올 때 그곳에는 덴마크나 독일이라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식 국호가 대한민국이듯 영국의 정식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인데 이 연합왕국에는 잉글랜드(England)와 스코틀랜드(Scotland)왕국 그리고 왕정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웨일즈(Wales)가 포함되며 당초 앵글로색슨족이 주류를 이루었던 왕국은 잉글랜드에 국한된다. 오늘을 사는 영국 민족 혹은 국민은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단일민족도 아닌 것이다. 이 엄연한 반만 년 전 유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영국 사람들이 그들의 역사가 반만 년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소리를 들은바 없고 또 스스로 단일하지 않아 유감스럽다 여기는 소리를 들은 바도 없다. 영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빼놓지 않고 오늘날 영국 영토인 지역에 대한 역사를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식의 우리나라 역사 즉, 국사를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그리고 영국 학교에서는 영국의 국가조차 가르치지 않는다. 영국 학교와 인연조차 없는 나도 아는, 여왕 폐하 만수무강하시라는 짧고 단순한 멜로디의 영국 국가를 3 년 넘게 영국 학교에 다닌 아들이 학교에서 배운바 없어 알지 못한다 했을 때 국민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얼마나 놀랬던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영국 사람들이 뿌리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고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라 느껴본 적도 없다. 엉뚱하게 먼 영국의 스톤헨지 앞에까지 여행가서, 역사는 있었던 그대로를 연구하는 과학으로 이해될 때 비로써 가르치고 배울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어쩌면 그것이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가르는 또 하나의 척도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스톤헨지

영국 솔즈버리 평원 스톤헨지

Stonehenge, Wiltshire, UK

2012. 10.

 

김광민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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