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dheim Theatre (formerly Queen's Theater), London, UK
2011. 9.
연기와 노래를 각각 떼어놓고 보면 나는 연기를 참 좋아하고 노래를 늘 사랑하지만 이 둘이 결합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는 통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주재원으로 먼 영국에까지 가 살며 뉴욕 브로드웨이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런던 피카델리가의 뮤지컬 한편 구경하지 못하고 우리나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싶어 귀국 전에 런던 웨스트 앤드 극장가(West End theatre)의 요지 중 요지인 여왕극장(Queen's Theatre)에서 2004년 이래 장기 공연중인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공연 표를 구했다. 그럼에도 나는 비싼 티켓 가격을 핑계로 달랑 입장표 두개만을 예약해서 아내와 아이만 공연장에 들이고는 공연시간 동안 극장 건너편 펍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못 찍는 사진이나 찍었고 공연을 보고 나온 아내와 아들은 이구동성이로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며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그 추억을 곱씹고는 했다. 영국에 살면서 피카델리 뮤지컬 한편 못 보고 돌아왔지만 못 찍은 이 사진 한 장이 남겨져 있는 한 그 어느 멋진 뮤지컬 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왕극장의 레 미제라블은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