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꼭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명소, 영국 여왕님의 거처인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이다. 튜브라고 하는 런던 지하철 안내 방송은 이곳을 꼭 ‘뻐킹엄’이라 하므로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 버킹검이 아니라 첫 음절에 강세가 있는 뻐킹엄이다. 버킹엄 궁전은 박물관이 아니라 오늘도 영국 여왕님이 거처하시는 살아있는 궁전이다. 한편 버킹엄 궁전은 살아있는 궁전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구중궁궐 그 깊은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다. 그저 높다란 담과 철문 사이 빈틈에 궁금한 시선과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고 또 사람으로 미어 터져 궁전 건물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화면을 메우고 있을 인증 샷 몇 장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관광객이 주로 접근하는 버킹엄 궁전의 정면은 북향이라 좋은 사진을 얻기도 힘들다. 버킹엄 궁전 꼭대기에 왕실을 상징하는 깃발이 휘날리는 날에는 여왕님이 지금 궁전에 계십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고 영국 국기 유니온 짹(Union Jack)이 휘날리는 날에는 여왕님이 지금 궁전에 안 계십니다 하고 알리는 날이니 사진을 찍은 날은 여왕님께서 궁전을 비우시고 어디 다른 곳에 왕림하신 날이다. 게다가 버킹엄 궁 앞마당 빅토리아 여왕 기념탑(Victoria Memorial)에는 보수공사를 위해 차양이 둘러져 있어 보기 흉했다. 하긴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 일년 삼백 육십 오일 보수 공사가 끊기는 날이 있을까 싶다. 그래도 하느님이 여왕님을 보우하사(God Save The Queen) 나이 백을 바라보심에도 영국과 그 연방의 잘난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계시다. 통치하지 않으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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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일할 때 런던사무실에서 버킹엄 궁전까지 걸어 10분 걸렸다. 버킹엄 궁전 앞을 지날 때마다 다음에는 궁전의장대의 거창한 경비교대의식도 구경하고, 예약자에 한하여 구경을 허용한다는 궁전 내부 구경도 해보자, 그렇게 다음 다음하다가 3년 주재기간 다 지나버리고 달랑 버킹엄 궁전 입구 사진 몇 장만 남긴채 귀국하고 말았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해야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