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에서 영국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아 건너온 내 눈으로 보기에 런던의 오래된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들을 눈 여겨 본 결론은 별 신통치가 않다는 것이다. 공산품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대개 한국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들이 고급스럽고 다양하며 더욱이 더 저렴한듯 생각된다. 그래서 영국에 와서 쇼핑에 달려드는 한국에서 온 분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은 적어도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영국을 극복했거나 혹은 적어도 꿀릴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유통되는 공산품의 속내를 뒤집어보면 대부분은 중국산이거나 아시아산이고 생산원가가 똑같다면 중국이나 아시아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물건들의 물류비용이 각국에서의 가격 차이를 결정할 것인데 당연히 중국이나 아시아에서 한국으로의 물류비용이 영국으로의 물류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자국산 제품의 경우 한국의 공산품 제조 경쟁력이 영국보다 뛰어나고 우월했으면 우월했지 뒤쳐질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영국 카메룬 수상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한 영국 브랜드의 탁구대도 ‘알고 보니 중국산’이었더라는 가십이 온 영국 언론에 도배질을 쳤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포트넘 앤 메이슨이나 리버티 같은 영국의 오랜 백화점은 오늘도 쇼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은 왜일까? 그 쇼핑객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자라서 그럴까? 내 생각에는 그 차이가 바로 자본주의 내공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영국의 백화점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전통이라는 가치를 입혀 파는 상술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런던의 오래된 백화점에서 내 눈길을 끄는 상품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저기서 뭔가 하나 사고 나와야 내가 런던에 있었다는 기분 혹은 기억을 남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리고 우리의 수도 서울은 오백 년 조선 왕조의 중심이자 신생 공화국 대한민국의 수도로 그 전통을 이어왔는데 역사적 깊이로 보아 또 서울이 런던에 꿀릴 것은 뭔가? 그럼에도 정작 우리부터 서울이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놓을 능력은 없지만 우리와 영국, 서유럽 사이에 놓여있는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간격이 바로 그 이유에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겠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