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 Bergholt, Suffolk, UK

JUN 2012 HWP

 

현대 사회제도나 물질문명 중 많은 것들이 영국에서 처음 비롯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영국에는 이른바 원조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원조임을 내세워 우리 식으로 간판을 달기 시작하면 아마 온 영국이 원조 간판으로 칠갑이 되고 말리라. 그러나 나는 영국에 살면서 영국인들이 스스로 어떤 것의 원조임을 내세우는 간판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언제부터 시작했다(established)’는 표지를 더러 보기는 했지만 아주 작은 표지이기 마련이어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이 마저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언젠가 런던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가게 위 간판에는 조그맣게 음각으로 새겨 놓은 글씨로 그 가게가 17세기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었다. 영국 사람들은 원조라는 것을 간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원조라는 것은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자긍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싶다. 근대 우편제도를 처음 만든 사람들도 영국 사람들이었는데 1516년에 창립된 로열 메일(Royal Mail)이 그 원조이다. 로열 메일은 오늘날에도 같은 이름으로 영국 시골 마을 구석구석까지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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