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문화재청 순천 선암사 승선교

 

퇴근 길 지하철에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되어 있는 정호승의 시 「선암사」를 읽다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그 소회를 따로 남긴다. 울컥하기만 했을 뿐 안구가 말라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비, 1999)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풍문고에서  (0) 2021.11.02
추석에 보름달  (0) 2021.09.23
눈 떠보니 12퍼  (0) 2021.09.11
그래도 봄이니까  (0) 2021.07.05
당근마켓  (0) 2021.04.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