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귀차니즘 때문에 미루다가 드디어 올 봄 자전거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인터넷 중고 장터에 보유 중인 자전거 세 대 모두를 팔기로 하고 우선 로드 자전거라고 하는 것부터 처분했다. 귀차니즘을 극복하면 조급증을 부리니 우선 거래 성사를 위해 대충의 시장 거래가격보다 제법 싼 가격을 책정하고 인터넷 중고 장터에 매물을 올렸더니 정말 순삭이라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싶게 5분만에 예약이 이루어졌고 당일 저녁 그 예약자는 우리 아파트 입구까지 득달같이 달려와 책정된 00만원의 대금을 현금 지불하고 자전거를 인수해갔다. 자전거를 인수해가며 구매자는 내게 매우 황송하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철티비만 타봤지 이런 좋은 자전거는 처음 타 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여 내가 무슨 좋은 일을 남에게 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매매거래를 끝내고 벙긋벙긋 미소를 머금은 채 현관문을 연 나를 보고 아내가 좋은 일 있냐 묻기에 위 경과를 간단히 이야기하였더니, 좀 더 받고 팔지 그랬냐 하였다. 물건을 사들이는 일은 한편으로 업을 쌓은 일이기도 할 것이며 그 물건을 중고장터에 내다 파는 일은 덕을 쌓는 일은 아니나 최소한 스스로 쌓은 업을 푸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나니 집 구석구석에 풀어야 할 업들이 참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