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리버플 스트리트역

Hamilton Hall, Liverpool St, London, UK

2011. 7

위 사진들은 런던의 주요 간선철도노선역 중 하나인 리버풀스트리트역(London Liverpool Street Station) 역사에 딸린 펍(pub) 해밀턴 홀(Hamilton Hall)을 담은 것들이다. 런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나서 귀가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들인데 맥주 홀릭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언제나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기차표를 끊은 다음 저 해밀턴 홀에서 맥주 두 파인트(pint) 정도는 조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저기 해밀턴 홀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던 순간보다 내가 영국에서,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더 실감하는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저기서 파는 맥주라고 해봐야 다들 아는 뻔한 맥주들이고 안주라고 해봐야 다들 아는 뻔한 음식들이며 저기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내가 아는 뻔한 영국의 지지리 궁상들 그 모습들일 뿐인데 저 해밀턴 홀의 실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 잔을 홀짝이고 있으면 천정화며 벽화며 가구며, 내가 지금 유럽 어느 궁성이나 대저택 홀에 앉아 있나 착각이 들 정도로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어쩌면 해밀턴 홀이야말로 내가 아는 영국과 런던을 대표하는 그런 장소가 아닐까 못 찍은 옛 사진을 들여다 보며 생각한다. 그리고 실은 꼭 저 해밀턴 홀이 아니라 저기서 맥주를 사 마시며 사진을 찍던 그 시절 그 시간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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