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카나리워프 주빌리 파크

Jubilee Park, London underground Canary Wharf Station, Poplar, London, UK

2012. 5. 25.

 

영국에 온 첫 해 여름이 한창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는 사무실에서 너무도 쉽게 마주치는 민망한 옷차림의 여성들을 볼 때마다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영국의 낮고 강렬한 여름 햇살로부터 시각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 곳 몰라 방황하는 내 시선을 감추기 위해서 이들처럼 선글래스라도 끼고 다녀야 하나 했다. 두 번째 여름이 되자 같은 상황에서 민망함이 자연스러움으로 바뀌어 그냥 그러려니 싶었고 시선처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기온이 올라가고 햇살이 강렬해지면 남녀와 노소를 거의 구분하지 않고 훌러덩 훌러덩 벗어 던지고 햇살 아래로 향해 달려가는 이곳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왜들 저럴까? 싶었던 것이다. 세 번째 여름에도 여전히 그 이유를 정확히 글로 풀어낼 수 없지만 그 마음은 이해하겠다. 기온이 올라가고 햇살이 강렬해지면 나조차도 햇살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고 여유가 있다면 나조차도 햇살을 향해 바깥으로 달려 나가고 있으니까.

 

사진을 찍은 장소는 유명한 런던의 금융중심지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의 빌딩가 한 가운데 조그만 공원이며 사진을 찍은 시간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점심시간이다. 때와 장소가 그러한지라 훌러덩 훌러덩 벗지는 않았지만 점심 시간, 그 짧은 여유 동안 공원 풀밭으로 나와 수많은 빌딩가 직장인들이 햇볕을 쬐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햇볕을 쬐러 나온 것은 다들 한마음인데 햇살 아래 앉은 사람들과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은 사람들의 피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그늘에 앉아 있었다. 다른 나라를, 사회를, 문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늘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 관찰하고 스스로 겪으면서 깨닫기 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사회를, 문화를 이러네 저러네 이야기 하는 것이야말로 낭패가 될 수 있다는 점, 영국의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서 다시금 느낀다. 가봤다고, 찍었다고 그 나라를, 그 사회를, 문화,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다.

 

 

'○ 영국 이야기 > 런던 스트리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밀턴 홀  (0) 2021.07.21
오랜 친구들  (0) 2021.06.14
라임하우스의 봄밤  (0) 2021.03.27
범선 스타트 암스테르담  (0) 2021.03.25
런던 로터스  (0) 2021.03.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