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운림산방

2007. 12.

 

전남 진도 여행을 앞두고 여행정보를 검색해보니 운림산방(雲林山房)을 좋은 관광지로 추천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정보를 보고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일몰 경관이 아름답다는 진도의 해안을 돌아보기로 했는데 막상 진도에 도착하고 보니 진종일 눈이 내려 지척을 분간하기도 힘들어서 해안을 돌기로 한 계획은 포기하고 운림산방을 찾았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문인이자 한국화의 대가로 알려진 허유(許維)라는 분이 만년에 기거하던 화실 당호라 하는데 오랫동안 황폐해져 있던 것은 그분 손자인 허건이라는 분에 의해 1982년에 복원되었다고 하며 전라남도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다 한다.

한국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나로서는 허유라는 분이 우리 문화사, 예술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 분인지 알지 못하고 한편 조선 시대 문인들의 기예로서로의 이른바 문인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림산방을 찾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찾아간 운림산방은 이름으로도 유추할 수 있거니와 병풍처럼 드리워진 첨철산 주위 수많은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한옥이었다.

때마침 함박눈까지 쏟아졌는데 그 하얀 눈을 이고 장중한 울림처럼 퍼져 나가듯 낮은 자세로 산자락에 엎드린 단층 한옥 풍경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듯하여 못 찍은 사진 몇 장으로 남아 내 앞에 또렷이 살아있다. 내 기억에 그림처럼 남아 있는 눈 내리는 겨울날의 운림산방을 그린 그림의 모양이 유채화인들 수채화인들 혹은 수묵화인들 무슨 상관있겠는가?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또 그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떠나 겨울은, 눈은, 그리고 아름다운 남도 풍경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일 게다. 우연히 정말 좋은 구경했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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