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스 요크셔 스카버러
Scarborough on the North Sea coast of North Yorkshire, UK
2013. 6. 29.
남들이 별 볼거리 없다 말려도 꼭 가보고 싶은 데가 있다. 영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별 볼거리 없다 해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내게도 몇 군데 있었고 일부는 가서 별 볼거리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일부는 영국 생활이 거의 끝나가는 아직도 가보지를 못했다. 가보지 못한 그곳도 남들 말처럼 별 볼거리 없겠지만 가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며 곧 영국을 떠날 것이다. 사는 것이 그렇지, 더러 가보고 싶은 데를 가보고 그 나머지는 아쉬움으로 남기는 것이다.
스카버러(Scarborough)라는 잉글랜드 북동부 지방의 한적한 항구가 있는데 그곳도 남들이 별 볼거리 없다 해서 가지 마라 말리는 곳이었지만 나는 꼭 거길 가보고 싶었다. 영국 생활을 마무리하는 여행으로 가족들과 함께 지난 주 영국 북동부 지방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삥 도는 여정에 올랐는데 그 여정 속에 스카버러를 빼놓을 수 없었다. 이 여행의 엑기스는 천년 왕국 영국의 옛 도시로 역사 유적을 잘 보전하고 있는 요크(York)와 특별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무어랜드(North Yorkshire Moorland) 그리고 북해에 면한 항구 도시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휘트비(Whitby)였지만 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도 행선의 제일 마지막에 끼워놓은 스카버러라는 이름이 여행 중 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아마 내 또래 분들이라면 스카버러라는 지명을 들을 때 제일 먼저 사이먼과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히트곡 스카버러 페어(Scarborough Fair)라는 노래를 떠올릴 것이다.
내가 영국에 있는 동안 스카버러에 가보고 꼭 싶었던 이유도 스카버러 페어의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끌린 탓이다. 내가 스카버러 페어라는 노래를 “별이 빛나는 밤”에 즐겨 듣던 때만 해도 그 몽환적인 멜로디와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노랫말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신비로움 때문에 스커버러라는 지명이 장년이 된 지금까지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던지 모르겠다. 전설적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세계적 남성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은 창작곡도 많이 불렀지만 전통 민요를 현대적 포크에 접목시킨 노래도 불렀고 이런 노래 중에 남미의 민요인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가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스카버러 페어 역시 중세 시대로부터 내려오던 영국의 전통 민요 멜로디에 노랫말을 실은 곡이다.
스카버러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스카버리 시내를 내려다보니 근대 빅토리안 양식의 영국 가옥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무너져 뼈대만 남은 중세 고성의 흔적도 눈에 들어와 그 풍경을 보니 스카버러 페어의 멜로디 속에 내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요크도, 무어랜드도, 휘트비도 기억에 오래 남을 아름다운 영국 북동부 지방의 풍경이었지만 스카버러에는 별 볼거리가 없어서 대신 내 영국 생활의 추억을 놓고 왔기 때문에 별 볼거리 없던 스카버러는 못 찍은 내 사진 몇 장과 함께 내가 가본 영국의 어느 도시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2013
영국 노스 요크셔 스카버러
Scarborough on the North Sea coast of North Yorkshire, UK
2013. 6. 29.
배경음악
Scarborough Fair by Algal the B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