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웨스트 스토 공원

West Stow Country Park, Bury Saint Edmunds, Suffolk, UK

MAY 2013 HUP

새 구경, 탐조(探鳥)는 늘 관심에 두고 있던 취미고 그래서 장비부터 더럭 지르는 철딱서니 없는 짓을 어김없이 행하고 말아 제법 성능이 괜찮은 스코프(scope)와 이 스코프에 카메라를 연결시키는 어댑터 역시 진즉 마련했지만 만만찮은 가격을 주고 산 스코프는 집안 장식품으로 주저앉아 있고 이 값 비싼 장식품을 바라보는 아내의 혀끝 차는 소리를 나는 요즘도 묵묵히 감내 하고 있다. 감내하지 않으면 머 어쩌겠는가?

고배율 스코프는 그렇게 집안에 주저 앉아 있어도 영국에서, 그리고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기로 이름난 서퍽(Suffolk)에서 참 많은 새들을 보아 왔고 조그만 디카로 이 새들의 모습을 담아 왔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영국 사람이라도 잘 알지 못할 저수지에서 발견한 이 새들은 사람이 사육하거나 관리하는 새들이 아니다. 새들이 찾는 저수지 주변에 낚시는 고사하고 영계백숙이나 오골계, 붕어찜 식당을 단연코 허가하지 않는, 이 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조차 저수지로부터 걸어서 한 이 십분 정도 걸리는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하도록 한 배려가 이 저수지와 저수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뭇 생명들을 관리하는 전부일 것이다. 그것이 관리의 시작이자 끝일 수도 있겠다. 이 저수지의 관리 받지 않는 새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3배줌 밖에 안 되는 디카를 가지고도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큰 새 네 마리를 어렵지 않게 찍어낼 수 있었다.

서가에 꽂힌 두꺼운 조류도감을 꺼내 이 놈들이 어떤 새인지 확인해보려다가 그만 뒀다. 조류도감도 내 서가를 꾸미는 장식품일 뿐이니까.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다는 것, 그것이 아마도 자연(自然)이라는 말의 참뜻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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