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오래된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지하주차장이 파고 들어갈 자리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이미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가끔 베란다 창문을 열고 주차장을 내려다 보면 운행할 일이 거의 없는 내 차는 언제나 나무 그늘 아래 앉은뱅이처럼 앉아 있다. 지하주차장 대신 들어 앉은 아름드리 나무에는 매미가 살고 그 매미를 잡아 먹는 새들이 산다. 여름이 깊어지는 해질녘에는 귀가 멍멍할 정도로 매미들이 울어대기 시작하고 그 매미들로 포식을 한 새들은 먼동이 터 올 때마다 짝을 찾는 요란한 지저귐으로 선잠을 깨운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나는 차를 운행할 일이 별로 없어서 주차난으로 신경이 곤두선 적도 별로 없고 이재에 둔감한 나는 버블이 꺼지건 부풀어 오르건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숲을 이룬 오래된 아파트가 오래도록 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속에서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하루를 닿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하루를 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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