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jung Aru, Kota Kinabalu, Sabah, Malaysia

2007. 3.

동남아 어디를 가도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에는 필리핀 가수와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필리핀 출신 가수와 밴드들 중에 이른바 밤 무대 가수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치 연주실력과 가창력이 수준급인 팀이 적지 않다. 필리핀 연주자들은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지 않아 대부분 악보를 보지 못하고 악보를 자기들끼리만 식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호화해서 연주하고 또 노래를 부른다고 하니 이 또한 매우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다.

휴양 도시인 말레이지아 코타 키나바루에서도 모두 세 팀의 필리핀 연주자들을 보았는데 특히 나이트클럽 베드(Bed)에서 본 필리핀 밴드의 연주와 노래 솜씨는 그 날 만만치 않았던 술값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기 탑승 전에 잠깐 들린 탄중 아루(Tanjung Aru)의 바닷가 노천 카페에서도 필리핀 밴드를 볼 수 있었다. 라이브라고 내세울 것도 없는 간단한 신디사이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4인조 혼성 밴드는 개방된 해변 노천 카페라는 장소의 제약 탓이었겠지만 잔잔하고 한편으로 흥겹게 듣기에 편한 노래들을 불러 여행의 끝을 앞두고 그간 여러 즐거웠던 기억과 조금은 아쉬운 마음들을 달래기에 제격이었다. 일정의 여유가 없어 바닷가 카페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밴드가 불렀던 노래 중 폴리스(Poilice)의 "Every Breath You Take"과 아바(ABBA)의 "Dancing Queen"이 기억에 남고 필리핀 가요로 우리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후레디 아귈라(Freddie Aguilar)의 "Anak"도 노래 잘하는 여자의 목소리로 들으니 마치 다른 좋은 노래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 카페에서 자리를 뜨기 직전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뱅가보이스(Venga Boys)의 "Shalala Lala"라는 노래도 들렸다. 이전에 흘려 듣던 가벼운 노래가 갑자기 귀에 감기면서 의미를 가지고 달라 붙는 느낌이 든 이유는 그곳이 남국이었기 때문이고 바닷가였기 때문이고 또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노래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그때 그 밤에 그 곳에 "Shalala Lala" 보다 더 어울리는 노래가 따로 또 있었을까? "Shalala lala"를 들으며 허밍으로 따라부르는 순간이면 늘 지난 여행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Venga Boys

Shalala L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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