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밥상 앞에서 한 노래 한다는 가수들이 모여 가창 실력을 뽐내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을 더러 본다. 물론 경연에 나설 깜이 안 되는 축도 끼여 있고 노래 대신 입심으로 쇼부를 보려는 대기실 장면이 거슬리기는 하나 최소한 노래 잘 하는 가수들에게 공중파 방송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그것도 주말 황금시간대에 제공한다는 면에서 좋은 프로그램임은 두말 할 나위 없겠다.
지난 주말 방송 편에는 전설 송창식을 노래하는 무대에서 「한번쯤」을 열창하는 밴드가 등장했기로 팀 이름이 장미여관이라 한다. 가창력과 무대 매너 그리고 연주실력까지 걸출한 밴드가 나왔구나 싶어 방송 후 그들의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보니 「봉숙이」를 비롯하여 「서울살이」, 「하도 오래되면」 등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명곡이 쏟아져 나와 장기하가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장미여관의 몇몇 가사들은 꾸밈없는 구어체 경남 사투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오래 전 최백호의 노래 「그쟈」 이후 대중에게 알려진 곡으로서는 거의 독보적인 곡들이 아니겠나 한다. 「봉숙이」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살이」에 등장하는 "꼬시리라"라는 가사에 빵 터져버렸다. 하여 이자들이 대체 뉜고 살펴보니 멤버의 중심을 이루는 둘이 1980년생 동갑내기 부산 친구다. 비주얼로는 대중에게 전혀 어필이 될 것 같지 않고 밴드 이름이나 자작한 노랫말들을 보면 얼핏 유치한듯 하나 이는 오히려 대중의 키치적 기호를 역으로 파고드는 오히려 프로다운 아이디어의 소산으로 느껴질 뿐 아니라 연주실력이나 가창실력을 보자면 이미 재야에서 충분한 내공을 쌓고 등장한 진정한 실력자들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문제적이라는 표제를 걸었으니 몇 마디는 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우선 장미여관과 같은 실력 있는 가수들이 주말 황금시간대에 송창식의 「한번쯤」이나 방미의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가 아니라 그들의 자작곡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기대를 아직도 나는 접을 수 없다. 그리고 『불후의 명곡』 이후 그들이 보인 소위 "예능감"이 향후 대중음악 밴드로서 그들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다. 또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가진 노랫말이 궁중파를 타고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이래저래 장미여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제적 밴드가 등장했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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