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2016. 11.

 

늦가을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담아온 사진들을 어제 밤에야 정리했다. 지인들과 함께 가벼운 주말 산행이나 하자며 북악산에 올랐다가 자하문 뒤편 부암동 자하손만두에서 점심 먹고 환기미술관으로 갔는데 내부 수리 중이라 발걸음을 돌려 서울미술관 전시를 관람했다. 서울미술관 입구에 전시를 알리는 대형포스터가 붙었는데 전시 테마가 『비밀의 화원』 마침 길라임 정국이 불길처럼 타오른 터라 그 포스터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전시는 마치 길라임 정국과 같이 무슨 작품을 왜 모아 전시로 꾸몄는지 알 수 없었는데 내 느낌과는 무관하게 무려 구천 원이나 되는 입장료를 내고 전시 구경을 온 관객들로 바글바글 하였으며 그 관객들 대부분 한껏 예쁘게 차려 입은 젊은 여성들이라 전시보다 관객이려니 하며 므흣하였다. 그런데 오늘밤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전시 분위기가 사진 속에 꽤 근사하게 담겨있어 그제야 전시장에 그렇게 많은 젊은 여성들이 찾아든 이유 그리고 그 여성들이 다들 셀카에 여념이 없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술 전시를 빙자한 셀카 스튜디오였던 것이다. 허나 못 찍은 내 사진을 앞에 두고 다시 생각하자니 셀카 스튜디오가 미술이, 예술이 되지 못할 이유 또한 없지 않은가? 그리 생각하면 부암동 서울미술관 입장료 구천 원이 그다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지하철을 타려고 자하문 터널 지나 경복궁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길라임 정국에 항의하여 타오른 촛불 때문에 버스는 청운효자동주민센타까지 밖에 운행하지 않았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법원이 시위를 허가한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지점인데 버스에서 내려 보니 시위대와 행인들이 잘 구분 되지도 않고 그 보다 훨씬 많은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광화문역까지 뜻하지 않게 행인인 듯 시위 행렬인 듯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걸어 내려오며 속으로 욕 많이 퍼부었다. 내 사진 속에 담겨있는 이 어울리지 않는 시간과 공간과 사건의 조합들조차 먼 훗날 아련한 옛 기억의 단편들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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