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팰리스
Statue of Oliver Cromwell at the front of Westminster Palace, London, UK
2012. 5. 24.
버킹검 아니고, 런던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은 영국 왕실 궁전이고 웨스트민스터 궁전(Westminster Palace)은 영국 국회가 자리 잡은 국회의사당이다. 빅벤(Big Ben)은 웨스트민스터궁전 동쪽 끝 시계탑이다. 런던 시내를 오가며 자주 빅벤과 웨스터민스터 궁전을 먼 발치에서 쳐다보고는 했는데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가까이에서 살펴본 것은 지난 5월이 처음이었다. 영국에 와 런던 시내를 오간 지 만 2년을 넘기고서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을 자세히 쳐다보게 된 것이다. 그때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 영국 역사의 풍운아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의 동상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네, 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왕위에 있던 찰스 1세의 실정을 기화로 왕권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왕당파와 의회권력과 왕권의 균형을 주장하는 의회파의 갈등이 극심했다. 이 갈등은 결국 청교도혁명(Puritan Revolution)이라 불리는 영국 내전으로까지 번져 찰스 1세가 의회파에 의해 체포되어 참수 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지주계급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후에 영국 의회에서 케임브리지주(Cambridgeshire)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활약한 크롬웰은 이 내전에서 의회파에 가담하여 군대를 조직, 왕당파와의 거듭되는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권력을 장악했으며 찰스 1세의 처형 후 공화국이 수립되자 의회의 수장이 되었다. 이후 의회와 갈등을 일으키자 의회마저 해산해버리고 영국을 통치하는 종신 독재자, 곧 호국경(Lord Protector)의 지위에 스스로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나 호국경에 오른 지 5년째 되던 해인 1658년에 병사하고 말았으며 그의 아들에게 대물림 된 권력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왕당파에 의해 옹립된 찰스 2세의 왕정복고로 막을 내렸다. 권력무상이라 했던가? 사후 웨스터민스터 의사당 맞은 편 웨스트민스터 큰 성당(Westminster Abbey)에 묻혀 큰 신부님의 축복으로 영원한 안식을 맞을 것 같았던 크롬웰의 시신은 왕당파에 의해 파헤쳐져 저자에 나뒹구는 그야말로 부관참시를 당하고 말았으니 아마 큰 신부님들은 큰 성당을 떠난 크롬웰의 영혼을 위해 계속 축복을 내리셨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왕을 처형하고 그 왕을 대신하여 왕이 아닌 신하의 이름으로 왕을 뛰어넘는 권력을 행사한 크롬웰의 동상이 언제 어떤 연유로 다시 영국 의회 건물로 쓰이는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마당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영국 왕이 백성 위에서 군림하나 더 이상 통치하게 되지 않게 되고서부터, 즉 입헌군주제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중심이 왕권으로부터 의회로 완전히 옮겨간 이후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의회 시각으로 보자면 크롬웰은 영국 역사상 불세출의 영웅이라 의회가 정치권력을 확실히 장악하자 크롬웰의 동상을 떡 하니 의사당 앞에서 세운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영국의 근현대사는 로마 카톨릭과 영국 국교회, 프로테스탄트라고 하는 신교도 그리고 종교를 내세운 왕실과 그 추종세력, 의회세력과 그 추종 세력 간 서로 권력을 쥐려는 견제와 갈등, 때로는 피를 부르는 투쟁 그리고 타협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그 무상한 권력과 세월의 부침을 뒤로 하고 오늘날 일상을 이루는 익숙한 풍경의 하나일 뿐인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 크롬웰의 동상 앞을 스쳐 지나가는 영국의 국회의원들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음이 어떨까 싶어 지난 5월 봄날 잠시 썩소 머금고 크롬웰의 동상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런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팰리스
Statue of Oliver Cromwell at the front of Westminster Palace, London, UK
2012. 5. 24.
배경음악
영국 국가 - 신이여 여왕 폐하를 보호하소서
British National Anthem God Save The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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