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염창동 시절
좋은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대가들의 작품을 옅본 사람은 누구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나도 한때 사진에 매료되어 브레송의 사진 작품들을 열심히 봤고 브레송이 애용했다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 한 대 장만하고 싶은 열망에 들뜨기도 했다. 물론 내 재주로 라이카 카메라를 쥐어 본 들 쓸만한 사진 찍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브레송이니 라이카 카메라니 다 접고 파나소닉 똑딱이 하나 주머니 놓고 다니며 못 찍는 사진 몇 장 담아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며칠 전 출근 길 버스에서 내려 회사 입구에서 반대편 건물 벽을 바라보니 추위에 움츠린 남자 하나가 건물 벽 거울 속에 담겨 있었다. 전날 밤 내린 눈을 이고 있는 나무와 회색 건물 벽과 도로 위에 범벅이 되도록 뿌려 놓은 제설제로 눈이 녹아 더욱 반질반질해진 아스팔트 빛은 애써 흑백으로 담으려 했던 것이 아닌데도 그 순간 내 주위를 둘러 싼 풍경이 마치 브레송의 흑백 사진 같아서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못 찍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폰카를 끄고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해 보니 서민 코스프레, 대통령 코스프레, 온통 코스프레 이야기라 나도 이 참에 좋은 사진 코스프레 한번 해보기로 하여 퇴근도 못하고 남기는 잡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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