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019 ⓒ BR

 

국민학교 동창 친구가 지난 해 봄 스물 여덟 해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렸다. 이 나라 자영업자들 다 죽는다고 정치하는 자들, 그 자들의 입을 빌은 내 눈에는 기레기조차 과분한 자들이 지난 3년 간 떠들어댄 통에 이 나라 그 많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여기 달리 옮겨 놓을 필요는 없겠고 개업 후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려 분투하는 친구를 응원하며 지난 달 설날 명절 쇠러 내려가 술 한 잔 함께 했다. 오늘 부산 사는 지인이 부산시 보건방역당국이 전파하는 부산지역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동선을 알리는 문자를 캡춰 떠서 카톡으로 내게 보내줬는데 어느 확진자의 동선에 익숙한 가게 상호가 눈에 들어 살펴보니 친구가 낸 가게 바로 그 상호였다. 지금 이 순간 황망하겠으나 이 또한 지나갈 일이니, 늘 하던대로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응원한다는 뜻의 메서지를 전했다. 고맙다는 짧은 회신이 돌아왔다. 지금 '응원한다'와 '고맙다' 외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부산의 버스정류장에서 정말 우연히 내 폰카에 담긴 종교단체의 광고 간판 사진이 하나 있다. 자신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피해자라고 그 대변인의 입을 빌어 주장하는 그 종교단체와 그에 적을 둔 사람들에게 종교 이전에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를 다하고 있냐 묻고 싶다. 이 깊은 밤, 뉴스 화면에는 이 나라 제1야당의 지도자라는 자가 이 사태를 두고 "특정 교단 책임 떠밀어선 안 돼..우리가 책임져야"라고 주장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 '우리'에 나는 빠지겠고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우리'들도 아주 많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마치 보수라는 가치있는 낱말을 도적질해갔듯 그 더러운 입으로 '우리'라는 말마저 도적질하지 말라 경고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무섭고 이 사회, 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이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의 악행이라는것, 이 황망한 사태를 두고 다시 한번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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