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범어사 불이문
2018. 2.
불가에서 불이(不二)는 진리란 둘이 아니라 하나는 뜻으로 해석하며 사찰 본당인 대웅전 앞에 불이문을 세우는 까닭은 불이문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 한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이며 이 같이 불이(不二)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일년에 한 두 차례 범어사를 찾을 때 마다 그리고 불이문을 지나갈 때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유언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내가 부처에 마음 의지한 바 없고, 불가에 대해 아는 바도 없어서 불이문이 서 있는 고찰 법당 앞에서 그 유언을 남긴 분의 명복을 빌며 합장 한번 해드릴 수 없지만 널리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의 마음이 또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분 마음과 맞닿아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은 한다.
명절 쇠고 부산을 출발 다시 서울로 향할 때마다 남해고속도로와 부산대구고속도로에 차를 잠시 얹게 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서 조금만 차를 돌리면 되는 봉하마을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부리나케 차를 몰아 서울로 돌아온 오후, 엊그제 금정산 하산 길에 범어사 불이문을 담아온 못 찍은 사진을 보며 이번에도 봉하마을을 찾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잡문 하나로 달래보려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