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범어사 천왕문

2017. 1.

 

예전에는 불교 사찰에 별 관심이 없었다. 특히 절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천왕문에 모셔진 사천왕상(四天王像)을 보면 그 기괴한 모습에 기분이 께름칙했는데 누군가의 말로는 악행을 일삼으면 사천왕상이 무섭게 보이고 절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 악귀들을 쫓으려고 사찰 입구 천왕문에 사천왕을 모신다는 것이다. 과연 내 마음에 악덕과 내 생활에 악행이 가득해서 사천왕을 볼 때면 늘 기분이 께름칙하고 그래서 내가 불교 사찰을 멀리했던가 싶었다.

지난 설 연휴에 오랜만에 문득 범어사를 찾았다. 예의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에 이르렀는데 예전에 그 무섭던 사천왕이 코믹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그 사천왕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사천왕의 코믹한 모습에 슬며시 웃고 있다. 이는 내 마음에 키운 악행이 사천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만치 커진 탓인지 아니면 내 마음에 악행이 모두 사라져 버린 탓인지 사진으로 찍힌 사천왕상을 보면서 그만 헷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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