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옥인동 47번지 │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구경 갔다가 안내 데스크에서 비치된 [문화+서울]이라는 무가 잡지를 집어왔는데 내용이 꽤 알차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에서 읽는 잡지 속에 서촌 옥상화가로 소개된 김미경씨의 펜화 한 점과 그의 글이 게재되어 있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퇴직 후 경복궁 서쪽 행정명으로 종로구 통의동 옥인동 일대, 서촌으로 통하는 동네에 정착하여 동네 옥상에 올라가 인왕산과 서촌 일대 풍경을 그리는 화가라 한다. 잡지에 소개된 「옥인동 47번지」라는 제목의 펜화를 화가 스스로 ‘신인왕제색도’라 소개하고 있었는데 작품 제작기간을 소개하는 글을 보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4년에 걸쳐 그린 작품이라 한다. 언뜻 ‘굳이 불편한 옥상에 앉아 세밀한 펜화를 그릴 필요가 있나? 사진을 찍은 다음 편안히 실내에서 사진을 참고로 그려도 될 것이고 요즘 흔한 그래픽 에디터로 사진 자체를 편집해서 펜화 느낌이 나는 그림으로 변환하면 간단할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학창시절 잠깐 미술부 활동을 하고는 화구를 놓아 버린 지 까마득히 오래되어 문득 눈으로 풍경을 보며 그 풍경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옥인동 47번지」를 4년간 매일같이 같은 자리에 앉아 점자 찍듯 그린 것은 아니겠지만 화가는 기쁜 날, 화난 날, 슬픈 날, 아픈 날, 즐거운 날 그리고 맑은 날, 흐린 날, 바람 부는 날 더러 눈 비 오는 날 옥인동 47번지 가옥 옥상에 앉아 서촌을, 인왕산을 보고 펜을 쥐고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비록 펜화 한 장이지만 그림에는 화가의 눈에 담긴 풍경과 일상이 녹아 있을 것이며 그래서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 카메라가 쥐어져 있는 오늘에도 그림이, 풍경화가 그 명맥을 올곧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물론 그 일상을 회화에 얼마나 잘 녹이느냐 하는 것이 화가의 실력이고 그림의 작품성이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