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출근한 아내가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라고 카톡으로 알려서 나도 이 겨울 들어 처음으로 패딩을 꺼내 입었다. 출근하며 날씨 정보를 확인했더니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7도라 하는데 아마 뉴스로 들은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라는 뜻이었으리라. 체감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편차가 있게 마련일 텐데 그 체감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 지 궁금하다.
역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는 이불을 돌돌 말아 몸에 걸친 듯 검은색 롱 패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롱 패딩은 고사하고 가급적 패딩 잠바조차 입지 않고 겨울을 나려 애쓴다. 물론 이 겨울 추위에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롱 패딩이라는 것이 꼭 요긴할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간혹 자가운전을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 이동하고 탑승할 차를 기다리는 시간 정도 외 겨울 추위로 아무리 기온이 낮다 하더라도 내 일상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루어지니 롱 패딩이 내게 크게 쓸모 있는 것 같지 않다. 하루 중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느끼는 추위 때문에 롱 패딩을 입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롱 패딩이라는 것을 입게 되면 안에 옷을 껴 입을 수도 없고 심지어 이 엄동 추위에 반팔 차림에 롱 패딩을 걸치는 사람들도 지하철 객차 안에서나 사무실, 카페 같은 건물 실내에서 간혹 보게 되는데 이런 차림은 결국 실내 난방온도를 올리게 만들어 낭비와 환경을 해치는 악순환을 만든다 믿고 있다.
아침에 뉴스판을 얼핏 보니 한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속을 끓였던 이른바 등골 브레이크 대신에 요즘 아이들은 롱 패딩의 가격을 두고 등급(tier)까지 매긴다고 한다. 고가의 롱 패딩을 입은 아이와 저가의 롱 패딩을 입은 아이는 교실에서 그 자체로 다른 등급의 인격체가 되어 버리는 것인데 우리 사회가 우리 어른들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가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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