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시장 대한옥

OC 2019 HWP

 

서울살이도 이제 삼십 년을 바라보는데 서울의 여러 풍경 중 삼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 중 하나가 영등포시장 일대가 아닌가 한다. 오랜 만에 전 직장에서 가까이 지냈던 옛 동료를 만나기로 하여 맛집 탐방에 일가견이 있는 그 분 제안으로 그 영등포시장 인근 소 꼬리찜으로 유명한 대한옥을 찾았다. 퇴근 후 저녁 시간 치고는 꽤 이른 시간에 대한옥에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를 타고 있는 줄이 상당했다. 요즘이야 맛집 정보들이 인터넷 공간에 차고도 넘쳐 대한옥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 삼십 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글을 읽었던 터라 그리 놀랍거나 성가시지는 않았고 삼십 분 기다림 끝에 자리를 잡아 꼬리찜 하나와 도가니탕 한 그릇을 시킬 수 있었다. 일견 꾀죄죄해 보이는 대한옥 실내에는 예상 외로 젊은 여성분들이 가득했다. 요즘 인스타로 핫한 집이라는 글도 봤다. 삼십 년 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는 동네 시장 안 골목에서 업력을 이어가고 있고 문전성시라는 말이 걸맞게 손님이 끊이지 않았으니 대한옥의 주종목 소 꼬리찜의 맛을 여기에 부언하지는 않겠다. 간장 양념과 부추, 소 꼬리찜의 조합이 요즘 치과 치료 때문에 호호 할머니 입이 되어버린 내 입을 자극해서 조심 조심 젓가락으로 살을 떼어내 오물 오물 씹어 먹었다. 이 맛있는 소 꼬리찜 먹으려고 다시 삼십 분 줄을 서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오랜 만에 만난 반가운 분과 소문난 맛집에서 맛난 음식에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있기에 지겨운 밥벌이를 내일 또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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