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주 펠릭스토우, 더니치 해변
Felixstowe and Dunwich Beach, Suffolk,UK
2011. 8.
퇴근 후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더니 더운 열기가 얼굴에 확 끼쳤다. 마중 나온 아내에게 에어컨 냉방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물었더니 자기는 견딜만 하니 너무 덥거든 직접 에어컨을 켜라 하였다. 듣고 보니 그말이 맞았다. 내가 집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 하여 아내는 결코 잔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 밤에도 아내가 에어컨을 틀지 않았으므로 나는 내 손으로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이러니 같이 사는 것일테고 이렇게 같이 살아 가는 것이겠지.
급히 찬물에 샤워를 하고 서재에 들어가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켜고 앉아 인터넷으로 런던 일기예보를 검색했다. 내일 런던 날씨는 맑고 최저기온 17도, 최고기온 25도에 습도 45%였다. 영국 생활은 여러 좋지 못한 기억들과 함께 많은 좋은 기억들을 남겼는데 그 좋은 기억들 중 하나가 영국의 여름 날씨다. 대륙성 기후대에 속해서 여름에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해양성 기후대에 속해서 여름에 건조할 뿐더러 계절별 기온 편차가 상대적으로 낮아 여름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드물다. 이러니 여름에 모기가 번식할 환경이 못될 뿐더러 여름 날씨가 청량하기 짝이 없다. 런던 날씨 검색을 끝내고 눈에 든 네이버 블로그를 창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파란 빛깔 제주도 함덕의 여름 바다를 담은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었다.
2년전 여름 제주도 푸른 바닷 빛깔을 담아온 내 못찍은 사진들이 남아 있는데 그보다는 청량한 영국 여름 바다를 담아온 못찍은 사진이 먼저 떠올라 잡문 몇자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열대야의 밤이다. 비록 춥고 비 내리고 습해서 더욱 암울한 긴긴 영국의 겨울은 돌이키기 싫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지라도 이 무더운 여름 밤에는 아내도 영국의 여름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