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에드먼즈베리 성당
2011. 7. 24. / 2012. 7. 26.
배경음악
Fujita Emi - Fron a Distance
어릴 때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세상에 나왔을 때 정말 놀랍고 즐거웠다. 구글 어스를 보며 제자리에서 마우스 클릭으로 타클라마칸사막을 빠져나와 유럽과 근동(the Near East)를 잊는 보스포러스 해협 그리고 그 위에 놓여 유럽 대륙과 근동, 넓게는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다리 보스포러스 대교를 구경했다. 오늘날 구글은 보통 명사화 되어 구글링(googling)이라 하면 구글을 통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는 뜻이다. 짧은 시간에 이룬 구글의 성공에 구글 어스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믿고 있다. 며칠 전 아침 출근하자마자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 복지비 한도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과 다만 그 한도는 6월말까지 다 써야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고마워라. 그 돈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
횡재한 듯 마련한 노트북을 받은 날 새로 산 노트북을 셋팅하고 이런 저런 소프트웨어를 깔았다. 물론 그 소프트웨어 목록의 제일 위에 구글 어스가 있었다. 한결 기민해진 반응 속도를 자랑하는 새 노트북 셋팅을 끝내고 구글 어스를 열었다. 그리고 영국에 살 때 내 발길이 닿던 길과 공원과 동네 펍(pub), 무엇보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우리가 그 집을 비우고 귀국한 후 다른 사람이 그 집에 살텐데 구글 어스 화면에 보이는 우리 영국 옛집에 붙은 차고 앞에는 영국 살 때 아내가 타고 다니던 피아트 소형차가 자리 잡고 있었고 회사 영국 사무소 앞 주차장에는 내가 타고 다니던 아우디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구글 어스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반갑다는 말로 정리되지 않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구글 어스의 스트리트 뷰도 업데이트 되어 내가 살던 영국 옛집에 주차되어 있는 아내의 차와 영국 사무실 앞 내 차는 더 이상 구글 어스 화면에 등장하지 않게되리라.
그렇게 한참을 영국에 살 때 자주 다니던 혹은 여행길에 가보았던 영국 이곳 저곳을 검색하다가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구글 어스가 보여주는 영국 각지의 스트리트 뷰가 거의 대부분 먹구름이 가득한 흐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영국 날씨라는 것이 맗은 하늘 아래 세상에 천국이 따로 없다 느끼다가 그 칙칙한 날씨가 가을에 접어들며 한달, 두달, 심지어 세달 넘게 이어지면 우울증 걸리겠다 싶으니 말이다. 신기하게도 날씨 때문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은 순간이 닥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국 같은 날씨가 돌아온다. 영국에서 찍어온 내 못 찍은 사진들을 열어보면 그 배경은 언제나 천국 같은 푸른 하늘이다. 우울증 걸리겠다 싶다가 선물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어느 맑은 날 찍은 사진들이니 오죽하랴.
영국 서퍽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에드먼즈베리 성당
2011. 7. 24. / 2012.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