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5.

영국 서퍽 우드 브릿지 조수제분소, 우드 브릿지 마리나

Woodbridge Tide Mill and Woodbridge Marina on Riv. Deben, Suffolk, UK

 

 

왜 영국에서 근대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났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영국인들이 일찍부터 수력을 이용한 생산활동의 자동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양모에서부터 시작된 영국 방적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인력에 의존하던 방적기를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수차를 돌려 자동화하고 후에 이 수차를 증기기관이 대체하면서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었다. 즉, 증기기관의 발명이 먼저가 아니라 수차를 이용한 방적기의 자동화가 먼저였던 것이다.

 

영국 도처에는 오래된 수차 제분소(water mill)들이 산재해 있고 이 수차 제분소 중에는 오늘날에도 실제 가동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이 수차 제분소의 한 형태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수 제분소(tide mill)가 있는데 내가 살던 영국 남동부 서퍽(Suffolk)지역의 우드브릿지(Woodbridge) 조수 제분소가 유명하다. 우드브릿지는 북해(North Sea) 바다로 흐르는 디벤강(River Deben)강 상류에 위치해있는데 조수 제분소는 북해의 밀물과 썰물에 따라 강 수위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물 흐름을 이용 수차를 돌려 밀을 빻는 제분소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미 12세기에 현재 자리에 수차 제분소가 있었다 하고 현재 제분소는 17세기에 세워진 것이라 한다. 우드브릿지 조수 제분소는 1957년에 문을 닫았는데 10년간 방치 끝에 1968년에 옛 모습으로 복원되어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지금은 지역 자선단체 소유로 관리되고 있다. 제분소 홈 페이지에 따르면 최근의 추가 복원 작업으로 지역에서 수확한 밀을 제분하여 밀가루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죽은 유적이 아니라 살아있는 산업 및 문화 유산인 것이다.

 

북해 바다와 만나는 강 하구에서 우드브릿지까지 약 15km 이어진 디벤강 유역은 바닷물이 조수에 따라 들고 빠지는 기수지역으로 우드브릿지 수차 제분소 앞은 요트 정박지로 유명하다.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된 디벤강 기수지역과 요트 정박지 그리고 수차 제분소는 그 자체로 함께 어울려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는데 영국에 사는 동안 집에서 가까운 이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는 한편으로 그곳 수차가 다만 사람들에게 옛 추억의 서정을 자극하는, 처녀 총각이 몰래 숨어드는 물레방앗간이 아니라 곡식을 탈곡하는 제분소로 그 역할을 하는 산업 유적이고 영국에서 근대 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난 것이 단지 우연의 결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드브릿지 수차 제분소의 작동원리를 구현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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