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애비로드
Abbey Road Studio and Abbey Road, City of Westminster, London

2012. 8. 9.

 

팝의 역사는 비틀즈(Beatles)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비틀즈의 팬을 자처한 바 없지만 이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비틀즈의 인기와 팝 뮤직에 끼친 그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무려 사 오십 년 전에 세상에 나온 그들 곡을 요즘 들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오늘날 팝 뮤직이 비틀즈 음악에 크게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리버풀 출신 사인조 록 밴드 비틀즈는 1963년 데뷔한 이듬해 미국에 소개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비틀즈를 선두로 영국 출신 가수 밴드들이 그야말로 물 밀 듯 미국과 세계의 팝 차트를 석권했는데 이는 영국인의 침공(British Invasion)이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이해되기도 했다. 이후 비틀즈는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1969년에 이르면 그간 그룹 활동으로 인한 피로와 멤버간의 반목이 표면화되어 비틀즈는 해체되는데 그들이 해체 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음반이 『애비 로드』(Abbey Road)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수도원길”이 될 애비 로드는 런던 서쪽 중심가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구역에 있는 거리 이름으로 비틀즈가 마지막 음반을 발표할 때 소속사인 EMI 레코드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가 그 거리에 있었던 인연으로 앨범 타이틀이 『애비 로드』가 된 것이다. 『애비 로드』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이었다는 상징성 외에도 좋은 곡이 많이 수록된 명반일 뿐 더러 지금껏 세상에 나온 음반 표지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진이 바로 『애비 로드』의 표지 사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비틀즈의 멤버 네 명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 바로 앞 횡단보도를 줄지어 걷고 있는 장면을 담았는데 이 희대의 명반 겉 표지 사진은 실은 여러 사정으로 단 10분만에 급하게 찍은 우연의 결과라고 한다.

 

몇 해전 부근에 일을 보러 가던 차에 잠시 짬을 내어 런던 애비 로드를 찾아가 보았다. 비틀즈가 마지막 앨범을 녹음한 EMI레코드의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즈 기념관이 되어 있었고 그룹 해체 후 사십 여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수많은 관광객들이 스튜디오를 찾고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제는 옛 유적이 된 비틀즈를 추억하고 있었다. 그날 내 머리 위로, 『애비 로드』에 수록된 비틀즈의 명곡 「Here Comes The Sun」의 가사 그대로 8월의 눈부신 런던 하늘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 영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왕의 초상화  (0) 2019.08.14
영국의 보석  (0) 2019.08.04
부룩사이드  (0) 2019.07.08
야한 보리밭  (0) 2019.06.13
어떡하니, 저 패션!  (0) 2019.05.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