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수지방 보네스

Brookside, Bowness-on-Windermere, Cumbria, UK

JUN 2012 HWP

영국 살 때 담아온 옛 사진을 앞에 두고 ‘익숙하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한다. 영국 살이 첫 해부터 나는 영국 펍(Pub)에 퍽 익숙해져서 어느 낯선 곳에 가더라도 목이 칼칼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심지어는 화장실을 급히 이용해야 할 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펍이 어디 있나 그것부터 살펴봤다. 펍은 영국식 술집 겸 음식점 혹은 음식점 겸 술집인데 영국 어느 작은 동네에 가더라도 거기에는 반드시 펍이 있고 그곳에서 파는 술과 음식, 그 종류와 맛 그리고 가격은 영국 어디를 가더라도 결국 대동소이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펍에 관한 한 런던 한 가운데 있는 펍과 서퍽(Suffolk), 촌동네의 펍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스코틀랜드 여행 중에 나는 잉글랜드와는 또 다른 그곳 풍광과 사람들의 억양 속에서 그곳만의 독특한 정취(情趣)를 만끽하고 있었지만 즐거운, 그러나 한편으로 고단하기 마련인 먼 여행 중 다리가 아프고 허기가 졌을 때 목을 축이고 허기를 때우며 다리를 편히 하고자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그곳 펍이었고 그 펍이 또 잉글랜드의 그것과 대동소이 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제서야 스코틀랜드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바로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 그에 속한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하물며 잉글랜드의 최북단, 그러나 엄연히 잉글랜드에 속한 호수지방(Lake District)의 펍이야 두말할 나위 있을까? 늦은 밤에 찍은 못 찍은 내 사진 속, 펍이 내 비추는 저 불빛이 이 밤, 참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내가 펍에, 그래서 영국이라는 나라에 퍽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싶다.

 

O'Lee

"Ocean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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