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갈레트의 풍차, 1886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캘빈그로브미술관

Vincent van Gogh, Le Moulin de la Galette, Kelvingrove Art Gallery and Museum, Glasgow, Scotland

 

정보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갈레트의 풍차」(Le Moulin de la Galette)라는 작품을 봤다. 고흐는 1886년 동생 테오 반 고흐(Theodorus "Theo" van Gogh)가 그림 중개상으로 일하던 파리로 가서 동생의 아파트에 머물며 코르몽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버나드, 피사로, 로트렉, 고갱, 세잔 같은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당시 테오의 아파트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었는데 이 아파트에서 몽마르트르 언덕에 서있던 풍차가 잘 보였고 빈세트는 이 풍차를 소재로 일련의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다. 몽마르트르는 화가들의 고향으로 비유되기도 하는데 몽마르트르를 고향 아닌 고향으로 삼은 화가 중 빈세트 반 고흐의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19세기말에는 몽마르트르가 오늘날과 달리 파리 중심부와는 떨어진 변두리였고 그래서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파리로 모여든 가난한 화가들의 정착지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17세기부터 풍차가 있었는데 고흐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풍차는 번잡한 도심으로 변모한 몽마르트 언덕 서쪽에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한편 고흐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르 물랭 드 라 갈레트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다 싶었더니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르느와르 작품 「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의 무대가 된 곳이라는 것도 이번에 확인했다. 고흐가 그린 두 풍차 사이에 같은 상호를 가진 야외무도회장이 있었는데 이곳이 또 인상파 회화를 대표하는 그림의 무대가 된 것이다.

르느와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1876, 파리 오르세미술관

Pierre-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 Musee d'Orsay, Paris

 

나이 서른이 넘어서 화가가 되겠다고 나선 고흐의 그림은 그의 파리 생활 이전과 그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파리 이전 좌충우돌하며 헤이그와 누에넨, 앤트워프를 떠돌다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워보겠다고 정착했던 파리에서의 생활도 채 두 해를 넘기지 못했다. 그때까지 그려진 고흐의 작품들은 이후 걸작들을 예고하는 습작이기는 했어도 작품의 완성도 자체만 놓고 봤을 때 후한 평가를 하기 어렵다. 그의 지난 역정이 좌충우돌이었듯 그가 남긴 작품들 역시 좌충우돌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고흐의 걸작 대부분은 그가 파리를 떠난 이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생레미의 요양시설에서 그리고 오베르 쉬즈 우아즈에서 그의 사망 전까지 약 3년간 그려진 작품들이다. 어느 유파로 분류하기 쉽지 않은 독창적인 빈세트의 그림은 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동생 테오와 오간 수많은 서신에 잘 남겨져 있듯 빈센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곧잘 일본 판화의 영향 정도로 간과되는 고흐의 걸작 그 근원 중 하나를 우연히 갈레트의 풍차, 이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얼핏 모네나 심지어 모리조의 그림이 아닐까 싶을 만큼 동 시대 인상파 화가의 화풍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명인은, 명작은 우연히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습작을 바탕으로한 독창성에서 탄생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고흐의 새로 발견한 걸작이라 몇 자 남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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