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청아라

2019. 6. 15.

생선 요리  맛있는데 집에서 조리해먹기 번거로워 밖에서 한끼 식사를 사먹을 때는 생선 조림이나 구이, 찌개를 즐겨 찾는 편이다. 오늘 휴일에도 자전거 타고 나가 한강 자전거길을 한 바퀴 돌다 점심끼니를 때우려고 "망원동 생선구이"라고 검색했더니 오늘 찾은 생선구이집 청아라 상호가 떠올라 고민 없이 그 집을 찾아갔다. 벽에 붙은 메뉴 안내를 보니 고등어 구이가 8,000원, 갈치와 임연수어 구이가 11,000원이라 아무래도 양 차이 때문이겠거니 하며 한참 자전거를 타다 보면 배가 고프게 마련이라 11,000원짜리 임연수어 구이를 시켰다.

임연수어는 단체 급식으로 또 군대 짠밥으로 익숙한 메뉴인데 임연수어 구이는 아직도 군 시절에 맛 본 별미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임연수"어를 오래도록 이면수로 알아왔고 그 이면수의 표준어가 임연수라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인데 이 집 메뉴판에는 확고하게 이면수 구이로 표기하고 있었다. 음식에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책들을 요즘 열독 하다 보니 수육이 원래는 푹 삶다는 뜻의 숙(熟)자를 쓴 숙육이었고 제육은 돼지고기 저(豬)를 쓴 저육에서 비롯되어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 특히 여러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 때 숟가락 보다는 젓가락을 쓰는데 임연수어 또는 이면수어 구이는 육질이 부드러워 잘 부스러지기 때문에 젓가락 보다는 겨자를 푼 간장을 숟가락으로 끼얹어 긁어 먹어야 한다. 혼자 먹었으니 다행이다.

임연수어는 한대성 어종으로 미국 알래스카 연안, 러시아령 북태평양 연안에서 대량으로 어획된다고 한다. 우리 옛 문헌에는 북한 함경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기록되어 있다는데 원양 어선들이 알래스카에서 러시아령 북태평양에서 엄청난 어획고를 올리고 있으니 요즘은 함경도 연안에서 임연수어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한편으로 임연수어가 단체 급식으로, 군대 짠밥으로 대량으로 유통되는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휴일 자전거 타며 빼낸 칼로리 망원동에서 큼지막한 임연수어 구이를 맛나게 먹으며 몸에 그대로 축적하고 말았다. 칼로리로 보면 본전이겠지만 자전거 타며 아름다운 한강 풍경을 보고 또 맛난 음식까지 먹었으니 이 또한 사는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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