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019 ⓒ BR

 

얼마 전에 설치된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액정 화면은 상업광고를 무한 반복해서 돌리고 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액정 화면을 설치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내가 가장 자주 보는 광고는 전지현이 출연한 광고인데 심야에 신선한 채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새벽에 문앞에 주문한 상품이 배달된다는 광고다. 늦은 밤, 오늘도 귀가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지현의 광고를 본 후 문득 좀 전 버스에서 내려 폰카로 찍어둔 사진을 집에서 추출해보니 밤 11시 7분에 찍은 사진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쿠팡맨은 그 시간에 로켓배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술 취해 돌아온 늦은 밤에 잠겨 보는 상념으로는 다소 무겁기는 하다만 거대 기업이 소비자, 소위 고객의 니즈(needs)를 앞세워 배달노동자들에게 심야의 로켓 노동을 하도록 몰아 붙이는 짝인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들 대부분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인 것이고, 우리들 역시 각자 자신들의 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로켓 노동을 강요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착각, 나만 아닐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이 나라는, 우리 사회는 대체 어느 방향으로 로켓처럼 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보다 나은 삶을 만들자고 하는 짓인가, 배달노동자 지옥도를 만들자고 하는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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