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인 페이지(Elaine Paige)는 1948년 런던 북쪽 바넷(Barnet)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를 처음보고 뮤지컬 가수로 꿈을 키웠고 1968년 나이 스물에 런던 뮤지컬 극장가인 웨스트 엔드(West End)에 데뷔, 이후 기라성 같은 뮤지컬 레파토리 에비타 (Evita), 켓츠 (Cats), 체스 (Chess) 등의 주역을 꿰차며 줄곧 정상급 뮤지컬 가수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수전 보일(Susan Boyle)은 1961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외곽 블랙번(Blackburn)에서 태어나 자랐다. 학교에서는 대책없는 열등생이었으며 성장해서 변변한 직업을 가진 적도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남에게 호감을 줄만한 외모도 아니었다. 그러나 신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물했고 그녀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를 기다리며 이 목소리를 갈고 닦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그녀에게 왔다. 나이 마흔 일곱이던 2008년에 지금 우리나라의 숱한 아류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브리튼 갓 탈렌트(Britain's Got Talent)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대상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그녀는 오디션 프로그램 초기 잉글리쉬(English)들이 듣기에 우스꽝스럽기까지한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자신을 소개하며 "일레인 페이지 같이 뮤지컬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관객들이 웃었다. 그 방송 장면을 비디오 클립으로 본 내 귀에는 그 대부분의 웃음이 조롱으로 들렸다. 그러나 끝내 그녀는 압도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브리튼 갓 탈렌트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그녀의 꿈이던 일레인 페이지와 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수전 보일의 스토리, 어느 패자(loser)의 기막힌 인생 반전 스토리와 그것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한 사회적 함의는 접어두겠다. 그것을 풀어 내기에 내 글재주는 형편없다. 다만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할마시와 뚱땡이 아줌마가 만들어 내는 너무도 아름다운 하모니와 이 하모니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내가 아는  영국적인 모습이라 잡문 몇 글자 남기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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