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015 HUP

 

 

어릴 때 우산은 귀한 물건이었는데 요즘은 한번씩 정리해서 버려도 될 물건일 정도로 흔한 물건이다. 그런데 이 흔한 우산이 정작 필요할 때 없다. 미리 날씨예보를 새겨 듣지 않았거나 날씨 변화가 무쌍한 봄철인 탓이겠지. 퇴근 무렵 날씨예보를 보니 금방 그칠 비가 아니라 회사 앞 편의점에서 제일 싼 우산 하나를 집어 들었더니 투명한 비닐 우산이다. 이 비 끝에 기온이 다시 성큼 올라 봄이 한걸음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비 오는 거리를 우산 쓰고 걸으니 계절이 한결 같은 것인지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한결 같은지 내 사는 꼴이 한결 같은 것인지 빗속에 흐릿하고 또 가물가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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