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신촌서서갈비
APR 2019 BR
서울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 교대(법원·검찰청)역, 통칭 교대역 가까운 곳에 지인들과의 술추렴 자리로 가끔 찾는 고깃집이 있다. "신촌서서갈비"라는 상호를 가진 곳인데 교대역에 뜬금없이 신촌서서갈비집이 들어선 연유는 알지 못한다. 다만, 숯불에 구워먹는 1인분 150g에 15,000원 호주산 소 갈비살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맛도 맛이려니와 가성비로도 매우 훌륭하다 생각되어 이 집을 자주 찾고 있다.
오늘도 지인들과 이 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치고는 간단한 인사가 오고 갔을 뿐 다들 숯불에 구운 소 갈비살을 오물오물 씹어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한 동안 대화가 끊길 정도였다. 나 역시 숯불이 빨간 석쇠 위에 갈비살을 올려 노릇하게 구워 입에 넣느라 바빠서 폰카로 딱 한 장 인증샷을 찍었다. 그렇게 소 갈비살 4인분이 금방 동 나고서야 기분 좋은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고기는 소고기요 그것도 숯불에 구워 먹는 맛이 최고이며 그 냄새와 맛에는 사람의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원초적인 어떤 것이 있는지 모인 사람들 얼굴에 모두 희색이 만연하고 목소리 톤은 평소보다 한껏 높았다.
처음 자리 잡을 때 빈 자리가 보이던 좌석은 우리가 고기 추가를 시킬 즈음에는 만석이었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갈비살 심으로 고래고래 고함치듯 떠드는 소리에 우리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떠드는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린 것과, 그 사이 비워져 버린 우리 추가 고기 접시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리라. 소 갈비살과 소맥이 범벅이 되어 올챙이처럼 뽈록 배가 나온 아재들은 시끄러워서 더 이상 못 앉아 있겠다며 이쑤시개를 하나씩 쥐고 고기집을 나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주식 종목추천과 부동산 시세 등으로 주제를 바꿔가며 무슨 큰 비밀을 주고 받는 듯 속닥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를 파했다.
(*) 아침 출근 길 지하철 안에서 읽은 책 속에 "맛은...설명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경험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