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 영광굴비정식

JUN 2019 HUP

 

주말에 자전거 타고 한강으로 나가 주변 맛집에서 점심 한 끼 먹고 돌아오는 것도 내 일상을 위로하는 재미 중 하나다. ‘대충 한끼 먹고 말지’라며 살았는데 언제부터 내가 맛집 찾아 다니게 되었는지, 그로부터 소소한 재미를 찾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번 주는 마포 신석초등학교 근처 "영광굴비정식"집에서 보리굴비 정식 사 먹었다. 몇 해 전 무척 비싼 한정식 집에서 보리굴비 정식을 얻어먹고 속으로 별 맛도 없이 짜기만 한 보리굴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 의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보리굴비를 맛보겠다고 한강 북단 자전거 길에서 자전거 핸들을 꺾어 토끼굴을 빠져 나와 기어이 영광굴비정식집으로 자전거를 몰아간 이유 또한 잘 모르겠다. 그저 일상이 심심해서 입으로라도 달래고 싶었겠지.

이번에도 사각 얼음이 동동 떠있는 차가운 녹차물에 흰 쌀밥을 풀어 말은 다음 실한 굴비살을 올려 입 안에 넣었더니 아주 짠맛이 났다. 그 짠맛을 달래려고 찬물과 흰 쌀밥을 다시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게 되었는데 짠 굴비살과 찬물, 흰 쌀밥이 함께 씹히는 느낌이 꽤 묘해서 이 맛에 보리굴비를 먹는구나 싶기는 했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밥집이고, 그분들과 회식을 겸하여 한번씩 찾는 집인데 보리굴비보다는 칼칼한 굴비매운탕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이 가게도 "2인 이상" 메뉴로 굴비매운탕을 내기 때문에 혼자 가서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무더위에 입 맛을 잃었을 때 찬물에 흰 쌀밥 말아서 쭉쭉 찢은 보리굴비살 얹어 떠먹는 게 별미라니 곧 다가올 폭염의 계절에 이 집을 다시 찾아 보리굴비정식을 맛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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