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015. 4. 17.
우리 옛 선인들은 아름다운 화조도(花鳥圖)를 많이 남기셨다. 옛 선인들이 남기신 것을 귀히 여기는 우리 후손들은 화조도를 품은 화투장을 늘 우리 곁에 가까이 두고 있다. 봄이 와 회사 근처에 조경수로 심어놓은 나무에 꽃들이 만개하자 새 두 마리가 찾아들기 시작했는데 옛 선인들의 향기가 물씬한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놓자 했건만 새들이야 말로 꽃을 찾아든 것이지 못난 나를 찾아든 것이 아니라 사진찍을 기회 잡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멀쩡히 출근한 처지로 사진 찍겠다고 오랜 시간 나무 아래 진을 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무 아래를 오가며 몇 차례 기회를 노리다 지난 금요일 점심 시간에야 제법 그럴듯한 사진 두 장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늘진 빌딩 아래서 조그만 디카를 손에 쥐고 좋은 사진을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깨 너머 익힌 사진 지식으로 알고 있기에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라 봄이, 꽃이, 꽃을 찾아든 새가 허락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사진이다. 저 꽃들 다 떨어지고 나면 새들도 나무를 찾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