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선운사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삶의 애환에 젖은 애절한 음조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책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에 소개된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란 시를 읽었다. 책의 저자는 '말(末)당이 아니라 그때는 미(未)당 이었던 서정주'의 시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서정주의 친 일본 제국주의 행각을 꼬집은 것이리라. 제국주의 일본이 이른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 패망을 목전을 두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을 때 서정주는 그 훌륭한 재능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일제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미화하는 부역 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 그런 한편으로 위 시와 같이, 우리 말과 글의 아름다움과 정조를 서정주 보다 더 훌륭하게 시어로 승화시켜 표현해낸 시인은 더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친일제부역도 아름다운 우리말 시도 서정주라는 분을 구성하는 엄연한 단면들일 것이다. 사람 그리고 사람의 일이 그러하지 않은가? 동구 밖 과수원 길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참에 동구란 무엇인가, 사전 검색을 해봤더니 동구(洞口), 동네 어귀 또는 절로 들어가는 산문(山門)이라는 해설을 보았다. 한문 없이 어찌 우리말이 있겠는가 싶기도 하고 내게 여전히 궁금한 것, 알아야 할 것이 많구나 했다. 아름다운 시 그리고 노래와 함께 오늘 아침, 십 수년 전에 가본 선운사의 기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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