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Amsterdam Airport Schiphol

2017. 2.

 

함부르크 출장 일정을 끝내고 귀국 항공편을 타기 위한 환승 항공편으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네덜란드 항공 KLM을 탔다. 탑승 직전 게이트를 바꿔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KLM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이륙해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시간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기내를 오가는 떡대 오지는 KLM 여승무원을 붙잡고 스키폴에서 KL0855편을 타야 하는데 혹 늦지 않겠냐 물었더니 시간 여유 충분한데 웬 호들갑이냐는 투였다. 다행이 항공기 속도에 완급 조절의 여지가 있는지 함부르크 출발 스키폴 행 항공편은 항공권에 표시된 예정 비행시간 보다 약간 빨리 스키폴에 도착했다.

 

스키폴공항은 인천국제공항처럼 사람 대신 보안 검색을 자동 스캐너가 담당해서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어도 수속은 무척 신속했다. 더구나 탑승 게이트 역시 환승 도착 게이트와 가까워 수월하게 나를 서울로 데려다 줄 KL편 게이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탑승 게이트가 열리기 한 시간 전 남은 유로 화폐를 다 쓰려고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려는데 여덟 시 정각 칼 같이 문을 닫았다. 함부르크공항에서의 급 게이트 변경 사건과 지연된 비행시간에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되어 게이트 앞에 털썩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하이네켄 간판을 단 바(bar)가 눈앞에 보였다. 술꾼 눈에 술집 간판이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리라. 바 냉장고에서 하이네켄 캔 하나 집어 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키 큰 아가씨가 더치 미소를 머금고는 바에서 드실 거라면 하이네켄 생맥주도 있는데 하기에 두 말 없이 생맥주를 시켰다. 지금도 내 머리 속에 네덜란드 사람 더치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키 크고 떡대 장난 아닌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다. 여러 차례 네덜란드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보기에도 그랬다. 하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Rijksmuseum Amsterdam)에서 사진으로 담아와 지금도 핸드폰 배경 그림으로 쓰고 있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의 「우유 따르는 여인」(Het melkmeisje)의 그 떡 벌어진 어깨와 팔뚝, 그 팔뚝이 17세기 네덜란드 여인의 팔뚝 아닌가? 하이네켄 생맥주를 내게 건네준 바의 아가씨 팔뚝은 우유 따르는 여인의 팔뚝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잔을 받으며 “스키폴에서 하이네켄 한 잔 좋은데요?”라 했더니 배시시 웃었다. 그 미소는 더치 미소가 아니라 다가오는 봄과 함께 만개할 꽃 봉우리 같은 아가씨 미소였다.

 

암스테르담을 떠날 때 하이네켄 맥주 거하게 걸쳤다. 드디어 열린 암스테르담 발 서울 행 KL0855편의 게이트 언뜻 보아 나이 오십 줄은 충분히 될 것 같은 우유 따르는 여인의 그 팔뚝을 가진 KLM 여 승무원들이 더치 미소를 연방 날리며 나를 맞았다. 불어터진 당면에 고추장 튜브를 휙휙 날리며 건네주던 나름 잡채밥 기내식도 일품이었다. KLM의 명성이 그냥 생긴 게 아닐 것이다. 귀국 항공편에서는 그 멋진 KLM 기내식 두 끼를 먹는 둥 마는 둥 내리 잠만 잤다. 눈 떠보니 인천국제공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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