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아이 씨 이(ICE) 타고 오후 2시 20분 도착한 베를린중앙역은 내가 본 어떤 역보다 크고 현대적이었다. 함부르크에서 베를린까지 기차 차창 밖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평원을 지나 갑자기 거대한 초 현대식 복합 건물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몇 개 층인지 눈 대중으로 가늠하기 힘들만큼 역의 규모는 컸고 나를 태우고 온 고속열차 플랫폼은 제일 아래 층, 역사 제일 위층도 열차 플랫폼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역이 하도 커서 베를린에서의 첫 행선지로 정한 베를린장벽기념관(Berlin Wall Memorial)으로 가려면 어느 쪽 출구를 택해야 할 지 우왕좌왕 하다 핸드폰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역사를 빠져 나와보니 구글 맵이 알려준 대로 역 앞에 베를린장벽기념관으로 가는 트램(tram) 정거장이 눈에 보였다.

내가 가본 유럽의 도시들을 구분하여 기억하는 이미지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노면 전차 트램이다. 런던이나 파리에서는 트램을 못봤고 함부르크에서도 트램을 못 봤지만 암스테르담, 브뤼셀, 맨체스터, 브레맨에서 트램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운행되는 것을 봤다. 수송능력이 떨어지고 운행 속도가 느린데다 보행자와 일반 차량과 함께 시내 도로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해서 대도시에서는 트램을 찾아볼 수 없고 중간 정도의 고만고만한 도시에서만 트램이 운행되는 것일 게다. 베를린장벽기념관으로 가는 트램을 기다리면서 서울에 트램 노면전차가 다시 운행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트램의 외형은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전시되어 있는 전차를 모델로 삼아도 참 멋진 서울의 명물이 되리라.

통독 이후 옛날 동독 특히 통일된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 베를린의 도시 계획을 입안한 사람들은 거대한 베를린중앙역을 설계하며 베를린중앙역이 통독의 기념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까? 통일된 독일연방정부가 옛 서독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옛 동독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퍼부은 예산은 그 사업에 참여한 옛 서독 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을 것이며 그 기업들에서 일하는 서독 납세자의 주머니로 다시 흘러 들어갔겠지.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비용은 대부분 지출한 측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되돌아 온다. 자본주의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독일 통일 후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 베를린은 새로운 도시 계획에 따라 교통이 재정비 되었고 2006년 그 세계 어느 도시의 철도 역사보다 크고 현대적인 베를린중앙역을 세웠으며 베를린중앙역은 베를린의 도시 전철망(S-Banh)과 지하철망(U-Banh) 플랫폼까지 품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독일 전국의 주요 도시로 연결되는 간선 철도와 베를린의 도시철도, 지하철 사이 사이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트램이 베를린에서 운행되고 있었다. 그 트램 타고 베를린장벽기념관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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