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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아이 씨 이(ICE) 타고 오후 2시 20분 도착한 베를린중앙역은 내가 본 어느 나라 어떤 역보다 크고 현대적이었다. 함부르크에서 베를린까지 기차 차창 밖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평원을 지나 갑자기 거대한 초 현대식 복합 건물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몇 개 층인지 눈 대중으로 가늠하기 힘들만큼 역의 규모는 컸고 나를 태우고 온 고속열차 플랫폼은 제일 아래 층, 역사 제일 위층도 열차 플랫폼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 맨 아래 층과 맨 위층 사이 대규모 쇼핑몰과 푸드코트가 층층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이 하도 커서 베를린에서의 첫 행선지로 정한 베를린장벽기념관(Berlin Wall Memorial)으로 가려면 어느 쪽 출구를 택해야 할 지 우왕좌왕 하다 핸드폰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역사를 빠져 나와보니 구글 맵이 알려준 대로 역 앞에 베를린장벽기념관으로 가는 트램(tram) 정거장이 눈에 보였다.
내가 가본 유럽의 도시들을 구분하여 기억하는 이미지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말에서는 용례가 사라진 전차(電車), 트램이다. 런던이나 파리에서는 트램을 못 봤고 함부르크에서도 트램을 못 봤지만 암스테르담, 브뤼셀, 맨체스터, 브레맨에서 트램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운행되는 것을 봤다. 수송능력이 떨어지고 운행 속도가 느린데다 보행자와 일반 차량과 함께 시내 도로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해서 대도시에서는 트램을 찾아볼 수 없고 중간 정도의 고만고만한 도시에서만 트램이 운행되는 것일 게다. 베를린장벽기념관으로 가는 트램을 기다리면서 서울에 트램, 전차가 다시 운행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서울에는 1899년 처음 전차가 들어와 일제시대를 거쳐 1968년까지 청량리에서 종로, 서대문 구간 사이 전차가 운행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경희궁 앞 서울역사박물관에 복원 전시되어 있는 서울 전차 381호를 봤다. 1930년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전차 381호는 1968년 운행 중단 후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료적 가치를 알아본 서울역사박물관이 2007년 인수하여 가능한 한 원형으로 복원,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도시에 어울리는 교통수단 트램, 율곡로를 따라 광화문 거쳐 시청 앞까지 운행하는 서울의 트램을 상상해봤다.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 도심에 트램을 가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자가 있다면 좋겠다. 그 트램의 외형은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전시되어 있는 전차를 모델로 삼아도 참 멋진 서울의 명물이 되리라.
통독 이후 옛날 동독 특히 통일된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 베를린의 도시 계획을 입안한 사람들은 거대한 베를린중앙역을 설계하며 베를린중앙역이 통독의 기념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까? 블뢰머씨가 베를린에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덧붙이기로 옛날 동독 지역에는 사회간접자본이 전무하다시피 했고 그것을 서독 수준에 맞게 새로 건설하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다고 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하지만 통일된 독일연방정부가 옛 서독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옛 동독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퍼부은 예산은 그 사업에 참여한 옛 서독 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을 것이며 그 기업들에서 일하는 서독 납세자의 주머니로 다시 흘러 들어갔겠지. 착각하거나, 속거나,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비용은 대부분 지출한 측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되돌아 온다. 자본주의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독일 통일 후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 베를린은 새로운 도시 계획에 따라 교통이 재정비 되었고 2006년 그 세계 어느 도시의 철도 역사보다 크고 현대적인 베를린중앙역을 세웠으며 베를린중앙역은 베를린의 도시 전철망(S-Banh)과 지하철망(U-Banh) 플랫폼까지 품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독일 전국의 주요 도시로 연결되는 간선 철도와 베를린의 도시철도, 지하철 사이 사이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트램이 베를린에서 운행되고 있었다. 그 트램 타고 베를린장벽기념관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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