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꿈" 복제화

after Pablo Picasso "Le Rêve" 1932

2019. 1.

 

주말 이틀 간 몸살로 드러누워 뜨거운 전기 장판 위에서 땀 뻘뻘 흘리며 늦잠과 낮잠을 반복했고 남은 시간은 피카소의 작품 하나를 베껴 그리며 보냈다. 일반 상식 문제처럼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 「게르니카」(Guernica) 같은 작품들이 현대 미술의 중요한 명작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기는 했어도 피카소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 세계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지만 그것은 피카소가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며 꽤 장수한 편이어서 미술작품 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 수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입체주의 미술, 소위 큐비즘(cubism)이라는 미술 사조 자체가 피카소로부터 시작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피카소에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의 작품이 내 눈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왜 피카소의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하며 왜 그를 현대 미술의 최고 거장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고 오늘날 그의 작품은 수백 억 원을 호가하는 거액에 거래되고 있을까?

 

내가 피카소의 작품을 베껴 그려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일단 피카소의 그림에 익숙해지자는 생각 때문이었고 우선 「책을 든 여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스케치 북에 옮겨 보았다. 피카소는 호색한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여성 관계가 복잡했는데 이 작품은 1932년 피카소의 모델이자 그의 혼외 연인이었던 마리 테레즈 발테르(Marie-Thérèse Walter)라는 여성을 그린 작품으로 그녀는 지성이나 미모가 뛰어났던 피카소의 많은 연인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말까지 피카소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피카소를 소개한 인터넷 상 정보들은 피카소의 모델이자 그와 성관계를 가진 여인들, 그로부터 얽힌 복잡한 가족관계 그리고 피카소 작품의 거래 가격 두 가지로 정리된다. 얼핏 스쳐 지난 어느 기사에서는 피카소와 마리 테레즈 발테르 사이에서 출생한 피카소의 손녀 다이애너 피카소라는 여인이 파리 자택에 소유한 피카소 작품을 도둑 맞은 것에 관한 기사였다. 베껴 그리는 피카소의 작품은 화사하고 작품 속의 모델은 아름답다. 하지만 여전히 피카소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을 내 시선은 불편하다.

'○ 아트 로그 > 어쩌다 그린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 스토어  (0) 2019.05.20
몬드리안 바이시클  (0) 2019.04.08
염불서승도  (0) 2019.01.09
호모 에로티쿠스  (0) 2018.12.15
생트 빅투아르산  (0) 2018.12.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