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딕
30 ST. MARY AXE, CITY OF LONDON, UK
2012. 3. 14.
하늘을 향해 불끈 치솟은 위 건물은 한때 스위스 리(Swiss Re) 빌딩이라고 알려진 지상 높이 180미터, 런던 동부지역 시티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한다. 원래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발틱거래소(Baltic Exchange)라는 유서 깊은 세계 최대 해운거래소 건물이 있었는데 1992년 북아일랜드 공화군 IRA의 폭탄 테러로 발틱거래소가 큰 손상을 입자 재개발 계획에 따라 그 자리에 새로 건설된 빌딩이다. 내가 보기로 이 빌딩이 인근 건물들과 조화를 잘 이루는 아름다운 건물로 보이지 않는데다 단면이 원형이라 세입자 입장에서도 공간 활용에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고 건물주 입장에서도 세 거둬 먹기가 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2007년에 건물주가 바뀔 때 매매가격 6억 3천만 파운드를 기록, 그때까지 영국에서 가장 비싼 건물로 등극했다고 한다. 그러나 말거나 간에 내가 아는 영국인 중에 저 건물의 공식명칭을 주소에 따라 써티 세인트 메리 엑스(30 St. Mary Axe )빌딩 혹은 스위스 리 빌딩으로 부르는 사람은 드물고 대개는 그 모양대로 통짜 오이 피클, 거킨(The Gherkin)이라 하며 심지어 딕(dick)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봤다. 에그머니, 딕이란 영어 속어로 남성의 음경(陰莖), 곧 좃을 뜻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저렇게 대가리가 작아서야, 딕 치고도 잘 생긴 딕 같지도 않다. 아무튼 런던에서 내 동선이 주로 동쪽 시티 쪽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런던 어느 곳에 서 있으나 저 딕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고 그때마다, ‘못 생겼네' 하고 혼자 실실 웃게 된다. 잘 생긴 딕이건 못 생긴 딕이건 이 또한 못 찍은 사진 한 장과 함께 훗날 런던의 추억으로 남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