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메이페어 킹스 헤드
Pub Kings Head, Westminster, London

2011. 7. 11.

심심하다 할 밖에 없는 영국 생활 중 몇 안된 낙이 펍(pub) 들락거리며 좋아하는 맥주 퍼 마시는 것이었다. 술이 불콰해진 동네 놈상들과 시시덕거리는 낙도 좋았다.

“너 어디서 왔냐?”

“코리아!”

“사우스냐 노스냐?” “

노스!”

이때 반응이 두 가지다. 더 크게 웃으며 시시덕거리는 놈과 눈이 똥그래져서 마신 술 다 깼다는 표정을 짓는 놈 나아가 진짜냐 라고 되묻는 놈에게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노스 코리아가 니네 영국 정부한테 대놓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니네 정부가 노스 코리아를 너무 싫어해서 노스 코리아 백성들에게 비자도 안 내준다. 그러니 펍에서 코리언을 보거든 비자 없이 영국 땅을 지 마음껏 들락거릴 수 있는 백퍼 사우스 코리언으로 보면 된다고.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린 동네 펍을 출입하는 낙외에도 영국 곳곳을 여행하며 그 동네 특색 있는 펍을 들려보는 것도 나름 소소한 재미였다. 호수지방(Lake District)을 여행할 때 발견한 점판암(slate)으로 외벽을 두르고 지붕까지 얹은 멋진 펍은 아직 아끼는 내 사진 폴더에 남아있다. 물론 특색이라 해봐야 건물 외관 상 특색일 뿐 안에서 파는 술이며, 안주 또는 식사는 대동소이 한결 같다. 술은 그렇다 치고 음식 맛까지 그야말로 대동소이하다. 이렇게 내가 살던 동네뿐 아니라 런던 시내, 먼 호수지방 심지어 멀고 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곳곳의 펍을 순례하며 발견한 신기한 것 중 하나가 펍의 상호에 무슨무슨 대가리, 헤드(head)가 많더라는 것이었다. 조지 왕의 대가리(Gorge’s Head), 헨리 8세 왕의 대가리(Henry VII’s Head) 등등 거 촌구석 펍 치고 이름들 거창하구나 했다.

 

그래도 런던은 런던이다. 그 런던 중에도 요지 중 요지라 할 메이페어(Mayfair)에는 왕 중 왕의 대가리, 킹스 헤드(King’s Head)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왜 펍 이름에 헤드(head)가 붙을까? 왕의 대가리? 어느 날 문득 그게 궁금해서 사전을 뒤져보니 헤드라는 낱말을 풀이하는 설명 열 네 번째에 헤드가 “맥주의 거품”(head on beer)이라는 뜻이 있다고 했다. 맥주 거품 왕 좋은 맥주집이라는 뜻, 영국 동네 놈상들은 굳이 사전 안 뒤져 봐도 따로 들은 바 없어도 그 뜻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리라. 가을바람 소슬하니 옛 사진 속 런던의 요지 메이 페어에서 일 마치고 낮술 때리던 옛 추억이 아련하여 몇 자 남겨보는 잡문이다.

영국 런던 펍 킹스 헤드 · 뉴 본드 스트리트 · 리젠트 스트리트

Pub King's Head, New Bond St. and Regent St., London, UK

2012. 5. 22.

 

 

「Street of London」 by Dana Winner

'○ 영국 이야기 > 런던 스트리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에서 봄  (0) 2019.03.05
카나리 워프 풍경  (0) 2019.01.10
런던 딕  (0) 2019.01.07
오래된 시장  (0) 2019.01.04
커티 삭  (0) 2018.11.11

+ Recent posts